정부가 사행성 성인 오락 비리 의혹을 계기로 도박 산업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도박병을 뿌리뽑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행성 게임이 사회 문제가 될 때마다 정부는 대대적 단속을 되풀이 했지만 ‘뒷북’에 그치는 일이 많았고 언제 단속이 있었냐는 듯이 새로운 형태의 사행성 게임이 등장해 왔다.
뇌물과 보호를 매개로 한 업주와 공무원간 커넥션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는 게임업계, 기는 정부 대책
2003년 선풍을 일으킨 ‘스크린 경마장’은 경찰 단속으로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바로 바다이야기등 릴게임이 등장했고, 지난해 가을부터는 성인 PC방이 호황을 누렸다.성인 PC방이 올해 초토화될 만큼 경찰의 집중 단속을 받으면서 릴게임이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 했지만 릴게임도 기계 압수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곧 새로운 게임이 등장해 도박중독자들을 유혹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서울 장한평의 업자 A씨는 “정부 관계자가 10월 말 또는 11월 초면 현행 기준으로는 단속이 어려운 새 게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서대문에서 성인 PC방을 운영하다 최근 경찰에 단속돼 쉬고 있다는 업자 B씨는 “1, 2년 이상 인기를 끄는 게임이 줄어들고 단속도 잦아 특정 게임류의 ‘회전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 바닥에서 굴러먹는 업자들은 새 게임이 나오면 몇 달 반짝 챙기고 튀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특정 게임이 사회문제화 돼 단속의 칼날이 번뜩일 때쯤 이면 이미 업자들은 큰 돈을 번 뒤 새 게임 영역을 개척한다는 이야기다.
도박중독 그 대책은
우리나라에서는 300만 명이 도박을 즐기는 편이고 이중 100만 명은 도박중독증 환자로 분류된다. 청량리경찰서의 한 형사는 “릴게임이나 성인 PC방 이용자들이 경마와 경정 경륜 도박을 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며 “주중에는 게임장, 주말에는 경마장을 찾는 식으로 도박중독자들은 새 게임이 나오면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게임업자 C씨는 “우리가 마치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것 같지만 어차피 도박중독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도박에 돈을 뿌려대기 마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흥사단의 이영일(36)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사무국장은 “게임 업계 단속과 도박중독자 치료에 대한 정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여러 부처와 기관에 권한과 책임이 분산된 현행 게임정책을 고쳐 미국의 ‘카지노감독위원회’처럼 게임 산업의 정책 입안부터 규제, 피해자(중독자) 치유까지 하나의 관리감독기구가 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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