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특별법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24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앞 광장에서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참한 데 이어 건교부와 서울시는 공격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국가기관끼리 합리적인 정책조율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감정과 명분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오세훈 시장 불참 ‘반쪽 행사’전락
정부는 이날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을 갖고 2008년 미군용산기지 자리에 민족역사공원을 건립하겠다고 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축사에서 “세계 어디에도 대도시 중심부에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80만평의 대지가 백지상태로 남아 있는 곳은 없다”며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며, 긴 시야를 가지고 푸르고 넓게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공원조성 계획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간 이견에 대해 “서울시민 중에는 이 사업을 서울시가 시민의 뜻에 맞게 추진하기를 원하는 분도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사업은 국가적 의미가 매우 크고, 그 결과도 국가적인 것이며, 또한 용산기지 이전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이것은 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용산개발 선포식”공격
서울시는 이날 ‘일방적인 용산공원화 선포식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통해 “정부의 이전기지 용산공원화 선포식은 용산기지터 전체를 온전한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서울시민의 뜻을 무시한 용산기지 개발선포식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어 “정부는 말로는 이전부지 전체를 공원화하겠다고 하면서도 공원 본체를 훼손할 여지가 있는 용산공원 특별법 14조의 삭제와 공원화 대상부지 전체 면적과 경계를 명문화하자는 서울시의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ㆍ시민단체도 서울시의 입장에 동조했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30여개 환경ㆍ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용산중앙박물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건교부 ‘용도변경 권한 양보 못해’
건교부는 서울시의 요구에 대해 일부는 수용이 가능하지만 건교부 장관의 용도지역 지정 및 변경 조항 등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정부는 메인 포스트(MP)와 사우스 포스트(SP) 등 81만평을 모두 공원화할 방침”이라고 확인한 후 “서울시는 환경단체와 함께 건교부에 용도변경 권한을 주면 상업시설을 지을 우려가 있다고 보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며 오히려 용도변경을 통해 도로를 지하화해 공원면적을 늘릴 수 있고 공원 이용객의 편의시설을 짓기 위해서라도 용도변경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용산공원 규모를 특별법에 명시해달라는 서울시의 요구에 대해 “전세계 관련 입법 예에서 공원크기를 명시한 사례는 없다”며 일축하고 “서울시는 공원 조성비용은 물론이고 미군기지 이전비용까지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송두영기자 d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