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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중국 계림 인상 유삼제 "세계 최대 수상오페라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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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중국 계림 인상 유삼제 "세계 최대 수상오페라 와~"

입력
2006.08.2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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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이린(桂林)의 밤은 참으로 아름답다.

오후 8시30분 양삭(陽朔) 부두 앞은 공연장으로 변했다. 새까만 어둠 속에 조명이 들어오자 수면 위에는 어느새 나무배를 탄 수백 명의 어부들이 강을 가득 메우며 도열했다. 삿갓을 쓰고 듬성듬성 구멍이 난 옷을 입은 어부들은 잠시 후 시뻘건 천을 물 속에서 꺼내 일제히 펼쳐 보였다. 20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천 10여 개를 어부들이 잡고 동시에 움직이며 거대한 물결 모양을 만들어냈다. 사방에서 쏘아대는 조명과 병풍처럼 펼쳐진 12개의 봉우리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세계 최대의 ‘수상 오페라’는 80분간 이어졌다.

참으로 인상적인 이벤트다. 공연 이름도 인상(印象)유삼제다.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장이머우(張藝謨)는 이 공연을 완성하는데 5년 반이 걸렸다고 한다. 공연에 동원된 인원만도 600명이 넘는다. 공연 중간에 장족(壯族) 묘족(苗族) 등 소수민족의 노래도 들어볼 만하다.

그렇다고 구이린에 순전히 유삼제 공연 때문에 오는 사람은 드물다. 구이린은 ‘계림산수 갑천하(桂林山水 甲天下ㆍ중국에서 계림의 산수가 최고라는 뜻)’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기기묘묘한 산과 사방으로 뻗어나간 강줄기가 빚어내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 삼아왔다. 양삭 유삼제 공연을 보려면 죽강(竹江) 부두에서 유람선을 타고 4시간을 가야 한다. 지루한 여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중간에 배에서 내려 관암(冠岩) 동굴을 구경하려면 2시간이 추가된다. 6시간이다. 어떤 이들은 관암 동굴만 구경하고 죽강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유람은 관암 동굴을 지나 종점인 양삭까지의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과거 바다 속에 잠겨있던 구이린은 화산폭발로 용암이 분출하고 융기하면서 무려 3만개의 돌산이 생겨났다. 길고 긴 세월 속에 잘 다듬어진 산들은 강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냈다. 그렇다고 장자제(張家界)처럼 기암괴석이 높이 솟아 있지는 않다. 그리 높지 않은 동글동글한 봉우리가 사방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배 위에서 멀어지고 가까워지며 보이는 풍경은 매순간 다르다.

미술시간에 배운 원근과 명암의 이치를 가장 확실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산수화는 대부분 구이린을 배경으로 했다는 말이 허언(虛言)은 아닌 것 같다. 중국 돈 20위엔 지폐의 뒷면도 바로 이 구간의 풍경을 그려냈다. 구이린 사람들은 그래서 ‘이 구간만큼은 꼭 사진을 찍으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물고기 잡는 데 귀신이라는 가마우지가 어부들과 함께 대나무 뗏목을 탄 모습과 물소들이 헤엄을 치는 광경도 이채롭다.

3만 개의 산 밑에는 1,000개가 넘는 동굴이 형성돼 있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이라 석회 동굴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 중에서도 관암 동굴은 가장 규모가 큰 데 12㎞가 넘는 구간 중에 3㎞ 구간이 관광지로 개발됐다. 가는 곳마다 두꺼비 곰 독수리 등의 모양을 띈 종유석을 찾아볼 수 있어 이 동굴의 오랜 풍화(風化)의 역사를 가늠케 했다.

귀가 찢어질 정도로 굉음을 내는 동굴 폭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동굴이 긴 편이지만 걸어서만 이동하는 것은 아닌 만큼 부담은 크지 않다. 500m 구간은 모노레일로, 700m 구간은 배를 타고 이동한다. 동굴 밖으로 나갈 때는 30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탄다.

관암동굴은 구이린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구이린 북쪽 흥안(興安)현에 위치한 세기빙천(世紀氷川) 동굴을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다. 올해 5월 문을 연 이 동굴은 관암 동굴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지만 부처 모양을 띈 거대한 돌상은 정말 신비롭다. 수로 구간에서는 선녀 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성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깜깜한 동굴 속에서 선녀의 모습을 정확히 사진에 담아내 보려는 관광객들이 넘쳐 나지만 쉽지 않다.

구이린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장자제(張家界)와 비교를 하려고 말을 꺼내면 화를 내기도 한다. 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구이린(桂林)=글ㆍ사진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 계림 선상 유람 '도심 야경 백미'/ 2개의 江과 4개의 호수 어울림

구이린(桂林)은 7, 8년 전만 해도 인기 있는 관광지였다. 그러나 이강 유람과 관암(冠岩) 동굴 등 상투적이고 다소 지루한 코스에 사람들이 등을 돌렸고 장자제(張家界)로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그러나 최근 구이린시(市)와 광서(廣西)장족자치구의 적극적인 투자로 팔각채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했다. 자강(資江)을 따라 2시간 동안 배를 타고 등산을 하면서 조용히 경치를 구경하기에 좋다. 소수민족 공연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하고 숙박시설이 미흡한 것이 단점이다. 현재 도로 확장과 4성급 호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구이린 시내 관광 중 백미는 저녁 시간 시내 야경을 구경하는 양강사호(兩江四湖) 선상 유람이다. 구이린 도심은 이강과 도화강 등 2개의 강과 목룡호 계호 용호 삼호 등 4개의 인공호수로 둘러싸여 있다. 운하 길이는 4.5㎞다. 호수가 강보다 3m가 높아 강에서 호수로 진입할 때는 배를 정지시킨 뒤 들어올리고 나올 때는 배를 가둔 후에 물을 빼서 통과시키는 모습이 독특하다. 유람선 양쪽에는 정자 성 탑 다리 등이 인공조명을 받아 형형색색 빛이 난다. 야경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모두 인공적으로 조성한 건축물들이다. 가격은 대략 320위엔 내외. 밤9시30분에 마지막 유람선이 뜨고 1시간20분 가량 걸린다.

웅호(熊虎)산장은 호랑이와 곰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볼 만한 곳이다. 반달곰 300마리, 사자 170마리와 호랑이 400마리가 있으며 악어 낙타 원숭이 등도 볼 수 있다. 곰들이 자전거와 말을 타기도 하고 호랑이가 소를 잡아먹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거대한 육식 동물들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점이 이채롭다.

상투적인 코스긴 하지만 칠성공원과 첩채산, 요산은 꼭 들르는 곳이다. 칠성공원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세를 탄 곳이다. 첩채산과 요산 정상에서는 구이린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요산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와 내려갈 때 타는 봅슬레이는 짜릿한 맛이 있다.

구이린에는 27홀 규모의 산수유 골프장과 18홀 규모의 메리랜드 골프장이 있다. 5성급 호텔은 대우셰라톤, 이강폭포, 로얄가든 등 3곳이 있다. 대우셰라톤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데다 야시장이 가까워 관광객이 묵기에 적당하다.

아시아나 항공이 1주일에 두 편 구이린 직항을 운행하고 있는데 10월 중에 한 편을 증설할 예정이다. 업투어(www.uptour.co.kr) 여행사에서 팔각채와 인상유삼제가 포함된 구이린 관광상품을 69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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