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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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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입력
2006.08.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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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도박 광풍을 초래한 정부 여당이 대국민 사과 문제를 열심히 다투고 있는 모양이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 정책 실패에 책임을 지고 서둘러 사과하기를 바라는 반면, 청와대는 진상과 책임부터 가릴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저마다 일리 있는 듯 하나, 나라를 온통 도박판으로 만들고는 고작 사과 여부를 논란하는 게 한심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호도하려는 수작으로 여겨질 정도다.

우리는 한명숙 총리가 "게임의 탈을 쓴 도박범죄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한 것이 그나마 정직한 참회라고 본다. 그러나 이것도 오로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는 얘기다.

국민적 의혹 해소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야말로 광적인 사행심을 유발한 도박 게임에 갖가지 정책수단을 동원해 건전한 게임의 탈을 씌운 것으로 드러난 마당에는 애초 정책 의도 자체가 순수했는지 규명해야 마땅하다. 그게 민심과 정권을 뒤흔든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는 길이다.

사태의 경위를 유심히 살펴보면, 사행성 게임과 도박을 규제해야 할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채 오히려 규제장치를 없애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도박게임이 뻔한 '바다 이야기' 등을 게임산업진흥법의 울타리로 보호하고, 도박 칩으로 쓰일 상품권 발행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부터 그렇다.

게다가 사행성 심사와 상품권업체 지정 등의 관리감독 업무를 게임산업개발원과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허술한 민간기구에 온통 내맡긴 것을 그저 우연한 정책 실패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결정과 시행과정의 금품로비 등 비리를 밝혀내는 것은 문제의 근본과 거리가 멀다.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하고 사행성 게임 퇴출을 서둔다고 해서, 게임의 탈을 쓴 도박범죄가 다시 성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기도 어렵다.

도박 광풍에 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은 정치적 배경 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또 사회적 해악이 큰 도박산업 규제가 게임산업 진흥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관련 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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