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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된장녀' 논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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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된장녀' 논란을 보고

입력
2006.08.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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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된장녀'이다. 궁금증에 '된장녀의 하루'라는 글을 읽어본 나는 다소 의아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여성이건 남성이건 명품 좋아하고 치장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왜 한국에서는 그러한 여성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된장녀에 대한 관심과 논란은 한국사회의 일면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물질적 조건부터 따지는 결혼문화

한국의 남성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갖다 보면 빠지지 않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된장녀이다. 많은 한국의 남성들은 명품으로 자신을 꾸미면서 남성들을 '이용'하다가 결국에는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성과 결혼하려고 하는 여성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정작 그와 같이 된장녀를 비판하는 남성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성이 되기 위해 도서관이나 고시원에서 밤낮으로 취직 혹은 고시공부에 매진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성공과 함께 예쁘고, 옷 잘 입고, 집안이 괜찮은 고급스러운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결혼할 나이가 된 여성들은 종종 가족, 친척, 친구, 선배들에게서 "여자는 시집을 잘 가야 해. 여자 팔자는 남자에게 달려있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남성들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취직 했냐? 어디 취직했냐?"라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이처럼 여성에게는 결혼이, 남성에게는 취직이 중대한 문제로 여겨지는 한국사회에서 자연히 된장녀와 '고추장남'에 관한 논쟁이 불거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1년 전 나는 네팔 남성과 한국 여성의 결혼식에서 통역을 하게 되었다. 네팔에서도 물론 결혼하는 상대의 집안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위 혹은 며느리의 직장ㆍ학력보다는 그 사람의 성실함ㆍ진실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여성의 아버지는 방금 네팔에서 온 네팔 남성의 아버지를 보자마자 집이 네팔의 수도에 있는지, 집이 몇 채 있는지, 직업이 뭔지,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묻기 시작했다. 네팔문화에서는 이와 같이 직설적으로 묻는 것이 실례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중간에서 통역하던 나는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 결혼식 통역하며 당황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결혼할 사람의 집안, 학벌, 외모, 재산 등의 외적인 조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결혼을 해서 어떻게 살아갈 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 지,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서로가 어떻게 격려하며 살아갈 지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괜찮은'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와 능력을 키워나가며, '괜찮은'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많은 남성들 또한 좋은 직장과 능력을 쌓아간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의 삶에 관한 계획,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배우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한 공부 등의 내적인 준비 또한 물질적인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검비르만 쉬레스터/ 예티인터내셔널 대표ㆍ네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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