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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한국일보 주최 봉황대기 우승 덕수 정보고 최재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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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한국일보 주최 봉황대기 우승 덕수 정보고 최재호 감독

입력
2006.08.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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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빼먹는 선수 절대 안씁니다"

지난 23일 막을 내린 제3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덕수정보고 최재호(45) 감독은 ‘업계’에서는 ‘우승 제조기’로 통한다.

# 99년 부임 6차례 전국대회 패권 '우승 제조기'

학생 본분 강조… 휴대폰 소지 들키면 즉시 퇴출, KIA 이용규 발굴… 대학 맡아 헹가래 받는게 꿈

1981년 서울미성초교에서 지도자의 첫 발을 내디딘 최 감독은 1984년 서울이문초교, 1989년 서울고명초교, 1993년 배재고, 1996년 덕수중학교를 거쳐 99년부터 덕수정보고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덕수정보고에서만 6차례나 전국대회 우승을 일궜다. ‘우승 제조기’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최 감독은 1980년 배문고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만 해도 그는 전도유망한 유격수였다. 하지만 당시 배문고가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대학 진학의 꿈이 좌절됐다.

결국 최 감독은 고교 졸업 후 1년 동안 ‘청년 백수’로 지냈다. 그러던 중 고교 선배인 이성열 감독(현 유신고 감독)에게 전화를 받았다. “놀면 뭐하냐. 나 좀 도와줘.”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최 감독은 당시 청룡리틀야구단 사령탑을 맡고 있던 이 감독 밑에서 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최 감독은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타고난 성실성을 인정 받아 1981년 미성초교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성열 선배님은 저에게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은인입니다.”

여러 학교를 거쳐 99년 덕수정보고 사령탑에 오른 최 감독은 2년 만에 청룡기 대회에서 우승을 일구며 지도자로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이후로도 그는 2004년 황금사자기ㆍ화랑기, 2005년 화랑기, 2006년 봉황대기ㆍ화랑기 등 총 6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덕수정보고는 야구부가 있는 전국 56개교 가운데 가장 ‘학생다운’ 야구를 하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야구인들은 최 감독만의 카리스마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덕수정보고 야구부 선수들은 그 흔한 휴대폰도 없다. 만일 휴대폰을 갖고 다니다 감독에게 들키면 그 날로 유니폼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또 경기가 없는 날엔 학교 수업에 절대 빠져서도 안 된다. ‘땡땡이’를 치다가 걸리면 보따리를 싸야 한다.

“요즘 들어 고교야구가 프로화 돼 가는 추세라고 하지만, 학생은 어디까지나 학생입니다. 야구선수이기 전에 학생의 본분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필요 없습니다.” 최 감독의 야구철학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도자 생활 25년 동안 길러낸 선수도 수백 명은 족히 넘는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제자는 있다. 지금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성장했지만 이용규(21ㆍKIA)는 잠신중 3학년 때만 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선수였다.

이런 이유로 이용규는 덕수정보고의 스카우트 대상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용규의 강렬한 눈빛에 매료된 최 감독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용규에게 덕수정보고 유니폼을 입혔다. 이용규는 1학년이던 2001년 청룡기 대회에서 타격왕에 오르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금도 이용규는 이따금 최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어리광을 피운다. “선생님, 저 이만하면 잘하는 거죠?”

최 감독은 34살에 서울산업대학교 체육과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가지 못했던 한을 14년 만에 푼 것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노력도 두 배로 했다. 오후에 훈련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가방 들고 학교에 갔다. 대학 졸업장과 학사모 쓰고 찍은 사진은 그에게 어떤 훈장보다 자랑스럽다.

초ㆍ중ㆍ고교 감독을 거치는 동안 예외 없이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최 감독의 꿈은 무엇일까. “운이 좋았던 때문이겠죠. 가는 데마다 우승을 했어요. 언제까지 지도자 생활을 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대학 감독으로 우승 헹가래 한 번 받아보는 게 꿈입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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