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 오락기 ‘바다이야기’가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만든 ‘산파’는 누구인가.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릴게임인 바다이야기의 허가 책임을 놓고 또 한 번 공방을 벌였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카지노 이외 장소에서는 릴게임을 이용할 수 없는데도 ‘바다이야기’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데 대해 문화부와 영등위가 또 다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양측은 사행성 오락이 범람하게 된 이유를 놓고 각각‘오락기에 대한 허술한 등급심의 때문’(문화부) ‘경품용 상품권 때문’(영등위)이라며 1라운드 공방을 벌인 데 이어 22일에는 사행성 규제를 완화했는지, 강화했는지를 놓고 논전을 치른 바 있다.
논쟁은 권장희 전 영등위원이 22일 문화부가 영등위에 보낸 2004년 5월10일자 공문을 공개하면서 “문화부가 파칭코, 파치슬롯, 카지노기구 및 이와 유사한 게임물을 부가게임에서 제한하도록 한 영등위 개정안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23일 정례브리핑을 갖고 “영등위가 2001년 만든 ‘게임제공업용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에 사행기구나 카지노 기구와 유사한 게임에 대해선 이용불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도 세부규정에 또 중복조항을 삽입하려 해 삭제를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 전 위원은 “상위 규정은 본게임에 대한 규정일 뿐 부가게임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부규정을 통해 부가게임의 종류를 제한하려 했는데 문화부의 삭제 요구 때문에 릴게임이 허용된 것”이라고 문화부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바다이야기는 중앙의 점수창을 기준으로 윗부분이 주(主)게임, 아랫부분이 부가게임인 복합게임. 1만원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100개의 동전이 주어지고 그 동전이 스핀을 맞추면 부가게임인 릴게임이 구동되는 형식이다.
문제는 주게임이 스핀을 맞추는 메달게임 종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가게임이 게임의 핵심이라는데 있다. 이용자 대부분이 라이터 등을 올려놓고 반자동으로 주게임을 이용하며 부가게임인 릴게임의 결과에 따라 경품을 받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부가게임(릴게임)에 대한 외관 비율을 2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영등위의 개정안을 문화부가 삭제토록 요구했다는 권 전 위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가게임의 외관비율 삭제를 요청한 것은 슬롯머신 형태의 릴게임이 부가게임으로 제공되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부가게임을 규정하지 않게 함으로써 게임들이 편법적으로 릴게임화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 전 위원은 “영등위가 부가게임이 릴게임인 경우에 대해 3개 항목에 걸쳐 세부 적용기준을 마련했지만 문화부는 1개 항목에 대해서만 삭제를 요구하고 나머지 2개 항목에 대해선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결국 부가게임으로 릴게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릴게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자 문화부는 이날 오후 추가 해명자료를 내고 “부가게임으로 릴게임을 탑재하는 것이 영등위의 규정 위반인지는 영등위가 판단할 일이며, 규정 해석 역시 영등위의 소관으로 판단된다”고 발을 뺐다. 문화부가 영등위의 권한이라며 릴게임을 규제하지 않고, 영등위 역시 문화부의 의견에 휘둘려 릴게임을 허용하면서 대한민국은‘바다이야기’라는 독버섯의 숙주가 돼버린 셈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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