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인 오락실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키로 한 데 대해 상품권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상품권 유통업체들이 신규 매입을 중단하는가 하면, 일부 가맹점은 문제가 된 상품권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상품권 유통 중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품권 업계 전반의 ‘유통 대란’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의 상품권 거래 업체인 티켓나라는 23일 19개 경품용 상품권 업체가 발행하는 문화상품권의 매입을 모두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바다이야기’ 등으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량 환전 요구는 발행업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상품권 유통업자나 오락실 업주들의 현금 상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발행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성인 오락실 업주는 “발행 업체에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해도 상환 의무가 없다고 버티고 있어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난감해 했다.
대형 서점이나 음반점 등 일부 가맹점에서는 상품권을 아예 받지 않거나 이름 있는 상품권만 선별적으로 취급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음반점 관계자는 “해당 상품권의 가맹점으로 등록됐다는 사실도 이번 사태로 알게 됐다”며 “상환이 힘들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마당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품용 상품권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을 통한 유통 통로가 막힐 경우 경품용 상품권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품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파장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체 상품권 업계로 번질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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