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중순 서울대 환경안전원(원장 이정학 교수)에서는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반도체연구소에서 보낸 폐액을 처리하던 직원이 '무기'라고 쓰인 통을 들다가 폭발했다. 실제 통에는 폭발 위험이 있는 '산'이 들어있었지만 연구소가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안전원 직원이 각막을 크게 다쳤다.
반도체연구소 뿐만 아니다. 서울대 환경안전원(원장 이정학 교수)이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대 내 1,334개 실험실을 대상으로 정밀 심사를 한 결과, 전체 실험실 중 46%가 위험 물질을 소홀히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실험실 안전 백서'를 펴내 2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결과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백서에 따르면 화학약품을 다루는 중 18%가 실험실 복도에 약품을 방치했다. 특히 이 중 38%는 잠금 장치도 없어 누구나 쉽게 만질 수 있는 상태였다. 20%가 넘는 실험실은 다 쓴 폐액을 별도 처리하지 않았다.
또 실험실 3곳 중 1곳 이상(35%)이 소화기를 갖추지 않았고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 용기 중 35%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30% 가까운 실험실은 6개월 마다 받아야 하는 방사선ㆍ능 검정 교정을 제대로 받고 있지 않았다. 개인 안전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안면보호, 호흡 보조 장비를 갖추지 않은 곳도 각각 46%, 39% 에 달했다.
염종수 안전관리실장은 "위험 물질을 냉장고에 음식물과 함께 보관하는 가 하면 폐액이 바닥에 흘러 넘치는 데도 내버려 두는 곳도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또 다른 관계자는 "안전 조건을 만족스러울 만큼 갖춘 실험실은 전체의 2% 정도"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실험실이 있는 서울대가 이 정도니 다른 대학의 안전 불감증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험실에서 일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원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2월 안전원이 1,71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1%가 '내게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대답했다. 실험실 주변에 개인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52%가'그렇다'고 했다.
이 원장은 "4월 연구실환경조성법이 통과됐지만 실험실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라며 "지난해까지는 조사 결과를 실험실 담당 교수에게 비공개로 알렸지만 학내 구성원의 관심도가 너무 낮아 결과를 과감히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장무 총장도 최근 실험실 안전을 위한 특별 대책을 만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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