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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학교급식, 현장 소리 들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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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학교급식, 현장 소리 들어봤나

입력
2006.08.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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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고등학교 급식대란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개학을 맞았다. 사고 학교 대부분이 직영으로 곧바로 전환하지도, 새로운 위탁업체를 구하지도 못한 탓에 그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있는 집에서는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일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가뜩이나 무거운 가방에 도시락까지 들고 다녀야 하는 학생들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부모님이 맞벌이라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한 학생들도 많다고 최근 한국일보에 실린 학교현장탐방기사는 전한다. 관계당국이 급식문제를 해결하려 서두는 마음은 이런 처지를 감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사고가 터진 지 두 달 만에 법안까지 개정하며 직영급식체제로 바꾸라고 서두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그토록 서둘게 된 데는 빨리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연일 두드려대는 언론과 그 언론을 만들어내는 조급한 사회가 압박을 가한 탓이 크겠지만 말이다.

교육부는 최근 자료를 내서 사고가 난 107개 학교 가운데 서울쪽 학교가 47곳인데 불과 4개 학교만 직영으로 바꾸겠다고 한 반면 지방학교는 60개교 가운데 42곳이 직영으로 바꾸었다, 끓인 물을 주거나 검증받은 축산물을 사용하는 비율은 직영급식에서 높더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사고가 터진 학교 가운데 직영으로 바꾸는 데 동의하지 않은 학교 교장들만을 따로 불러 직영 전환을 서둘라고 요청했다.

● 위탁도 잘하는 곳 있다

일단 듣기는 직영이 더 산뜻해 보이기는 하다. 위탁급식 하면 어쩐지 기업체와 학교가 유착해서 문제가 생길 듯한 반면 학교가 급식을 직접 맡으면 책임소재도 분명해지고 중간에 비용이 샐 위험도 없어보인다. 그러나 직영을 하기 위해 학교가 신경써야 할 부분들을 생각하면 과연 그것만을 대책으로 강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의문이 생긴다.

서울 서초구의 B고등학교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급식이 좋기로 소문난 학교이다. 급식이 하도 좋아서 다른 학교 학생들 사이에는 직영을 해서 좋다더라는 소문이 돈 학교이다. 이 학교의 급식은 다른 학교처럼 위탁체제이다.

그런데 왜 차이가 날까. 학교가 관리를 잘 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1년 단위로 위탁급식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똑 같은 식사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 가운데는 교사용과 학생용 식사가 다른 학교가 많다.

학교운영위 학부모들이 수시로 나와서 급식내용이 만족스러운지 모니터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1년 동안 내린 평가를 바탕으로 이듬해에 위탁업체를 새로 선정한다. 잘하면 물론 유임이다. 이러니까 업체가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비록 식중독처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중고등학교 위탁급식에서는 맛이나 품질, 이물질 같은 것으로 소소한 문제가 끊이지 않아왔다. 들어보면 문제가 된 업체들은 한결같이 대기업이다.

사정을 잘 아는 교육관계자들은 이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대기업 급식업체는 하청을 주기 때문에 급식을 직접 만드는 업체가 갖는 수익이 떨어진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싸구려 재료를 찾을 수밖에 없고 결국 부실한 급식으로 이어진다.

● 급식산업 재하청은 막아야

그러니까 재하청으로 운영되는 급식업체를 학교급식에서 손떼게 하는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전문화, 아웃소싱되는 마당에 학교급식만은 직영만이 해결책이라며 직영을 거부하는 학교장을 부도덕한 인물인 양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직영이든 위탁이든 잘 하는 학교의 경험을 들어 널리 퍼뜨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는 과정에서 재료나 조리에서 이윤을 줄이고 맛있고 영양가 많은 음식을 양심적으로 제공하려는 소규모 업체들이 많이 생겨난다면 국가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유기농 농산물이나 지역농산물을 활용해서 몸에 좋은 급식을 만드는 업체들도 생겨날 수 있다.

세상이 다 썩은 듯이 보여도 한국사회가 이만큼 흘러가는 것은 건전한 사람이 부도덕한 사람보다 많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서둘러 내린 직영급식이라는 결론만을 고집하지 말고 현장의 소리를 폭넓게 들어보길 권한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소리를 듣기 바란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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