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가 첫 투자대상으로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의 지분 5%를 확보했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라자드에셋 매니지먼트 엘엘씨는 4월부터 대한화섬 주식을 장내 매수해 현재 6만8,406주(5.15%)를 확보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라자드에셋은 KCGF의 운용을 맡고 있다.
KCGF는 장하성(53)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4월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3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해 만든 펀드로 아일랜드에 등록돼 있으며 펀드 운용은 라자드에셋의 한국 책임자 존 리(48)가 맡고 있다.
라자드에셋은 보유 목적에 경영 참여를 명시하고 소액주주 권리의 개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계열사 간의 거래 투명성 개선, 배당금 증액 장려, 주주 이익을 저해하는 자산의 매각 검토 등을 요구했다.
대한화섬은 태광그룹의 계열사로 1963년 설립된 섬유업체다. 섬유산업이 위축되면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토지, 건물, 유가증권 등이 많아 대표적인 저평가 자산주로 분류된다.
지난해 12월 그룹을 대표해 우리홈쇼핑 지분 7.38%를 취득하는 등의 활발한 유가증권 투자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14.04%, 태광산업 16.74%, 성광산업(계열사) 14.04%, 자사주 16.41% 등 특수관계인이 70.94%의 지분을 갖고 있다.
KCGF는 5% 지분을 바탕으로 대한화섬 경영진을 압박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장 교수는 "대한화섬은 풍부한 자산을 보유하는 등 좋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순자산가치가 4,6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시가총액은 순자산가치의 5분의 1 정도 밖에 안되는 데 이는 자산운용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CGF는 이미 대한화섬 경영진에 요구사항을 보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계열사인 대한화섬이 '장하성 펀드'의 첫번째 기업개선 대상으로 지목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관련 PR활동을 소홀히 했다고 태광산업이나 대한화섬의 지배구조가 좋지 않다고 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시각"이라며 "대한화섬이나 태광산업 등 주력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증권가에서는 KCGF가 대한화섬 지분을 취득한 것은 모기업인 태광산업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KCGF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대한화섬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워낙 높아 경영권을 위협하기가 어렵고 자산이 풍부한 기업의 특성상 기업 가치를 높여 주가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이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 태광그룹
대한화섬의 모기업인 태광산업은 60년대 초반에 설립돼 섬유 등을 주력사업으로 추진해왔으나 90년대 중반부터 케이블TV 부문에, 최근엔 금융부문에 각각 진출했다.
피데스증권중개와 쌍용화재 등을 인수해 현재 흥국생명, 흥국투신운용, 흥국쌍용화재, 흥국증권,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을 거느린 흥국금융그룹으로 변신했다. 또 국내 최대규모의 SO업체인 티브로드를 거느리고 있는데다 최근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는 등 케이블TV사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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