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막바지에 임진각까지 가기로 한 건 그저 민물장어를 먹자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 참에 소풍을 즐기려는 것이었다. 평일 오후 4시, 우리는 서대문에 있는 역사박물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1명만 빼놓고 제 시간에 모였다. 10분 후 그는 종로4가 차도에 있다고 휴대폰으로 알려왔다. 초조한 목소리로, 차들이 꼼짝도 못한다고 했다. 2대의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우리는 그늘을 찾아 앉아 기진맥진 기다렸다.
정확히 50분 후, 그 친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벌겋게 단 얼굴로 도착했다. 미안해서만이 아니라 짜증과 고생스러움에 겨워 불콰해진 얼굴이었다. 종로2가에서 내려 걸어왔다고 했다.
시위대가 길을 꽉 막고 있었던 것이다. 시위대를 헐뜯지 않을 만큼의 양식과 늦은 친구를 힐난하지 않을 만큼의 사려가 있는 우리는 잠자코 차에 올랐다. 역사박물관 저쪽에 시위대를 남겨놓고 허위허위 자유로를 달렸다.
"한 끼 잘 먹어보자고 꾸역꾸역 먼 길을 가는 거 웃기는 일 아니냐? 어디를 가서 뭘 먹는 게 아니라 뭘 먹으려고 어디를 가는 거, 저 위에서 보면 한심할 거야."
시인 김정환이 소금구이 장어를 한 점 집으며 문득 말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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