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日 마구로(다랑어) 독식 힘들어졌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日 마구로(다랑어) 독식 힘들어졌네

입력
2006.08.24 00:05
0 0

세계 최대의 마구로(다랑어) 소비국인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절대적인 물량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과 뭐든지 빨아들이는‘블랙홀’인 인구 대국 중국 등과의 마구로 확보 경쟁이 현실화하고 있어 자칫 마구로가 일본 서민들의 식탁에서 사라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수산물 시장인 도쿄(東京) 츠키지(築地)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마구로 도매가격은 품종별로 최대 43%가 올랐다. 이 같은 급등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시장 관계자들은 “싼 값으로 마구로를 먹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마구로 가격 폭등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공급의 감소이다. 우선 일본이 수입하고 있는 횟감용 마구로 물량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는 대만의 마구로 업계가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대만 정부는 지난 6월 “대만의 원양 마구로 어선을 194척 줄여 280척 체제로 만들겠다”고 내외에 선언했다.

대만은 이미 대서양 마구로류보존국제위원회(ICCAT)로부터 2006년 조업에서 전년보다 어선을 15척 줄이고 어획량도 1만6,500톤에서 4,600톤으로 삭감당하는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는 대만이 국제 룰을 무시하고 마구로를 남획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이 마구로를 사들이기 때문에 대만 선박의 위법 조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일본도 이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만의 어획량 감소는 일본의 수입 감소로 그대로 연결돼 물량 부족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일본의 국내 사정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봄까지 마구로 관련 기업이 구조적인 경영 악화로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요인이지만 원유가의 급등에 따른 경영 악화로 폐업에 몰리는 어선도 속출하고 있는 등 국내 어획량의 감소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무엇보다도 걱정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해산물 붐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광우병(BSE)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충격 이후 안전하고 맛있는 해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늘어났다. 스시(일본식 생선초밥) 등 일본 음식이 보급된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특히 인구 13억의 중국에서 본격적인 마구로 보급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거대한 중국인들이 마구로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국민의 10분의 1만 마구로를 먹는다고 해도 일본 만한 거대 시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인구 대국들과 마구로 확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일본의 위기감은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시절부터 “씨를 말린다”는 비판을 들어가면서 마구로를 독점했던 일본이 일본 내 공급과잉 시절에 가격 저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시장에 마구로를 소개했다는 점이다.

조몬(繩文ㆍBC 8,000~BC 300년)시대 조개무덤에서 마구로 뼈가 발견될 정도로 마구로는 일본인들과는 관계가 깊은 생선이다.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마구로가 서민들의 먹거리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