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업무를 주관하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형식적으로 했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게임개발원은 지난해 7월 상품권 발행업체 인증제를 폐지하고 지정제를 도입한 문화관광부로부터 업체 지정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지정 권한을 갖게 된 게임개발원은 업체 선정 기준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사 시간을 크게 줄였다.
지정제 이후 한 업체를 심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3, 4시간에 불과했다. 게임개발원 관계자는 “지정제 이후에는 상당 부분을 외부 전문가풀에 심사를 위탁했기 때문에 3명 정도의 게임개발원 직원들이 발행업체를 방문해 3, 4시간 정도 확인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심사를 위탁한 전문가풀은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부실하고도 불투명한 심사가 상품권 발행 업체들의 가맹점수 조작 등을 가능하게 한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사후관리도 부실하긴 마찬가지였다. 게임개발원은 가맹점을 통한 상환율이 1.5%밖에 안되는 데도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게임개발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맹점을 통한 상환이나 게임장에서의 현금상환,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수수료 취득 등은 모두 정상적인 유통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광부고시(제2005-9호)는 ‘상품권을 여신으로 거래하는 행위나 가맹점 거래를 하지 않고 환전용으로만 사용하는 행위는 상품권의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라고 못박고 있다.
또 게임개발원에는 미지정 상품권을 사용하거나 지정된 상품권을 두 차례 이상 사용하는 등의 비정상적 유통 행위에 대한 신고가 많이 접수됐지만 이를 이유로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이 철회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게임개발원의 ‘경품용 상품권 운영제도 규칙’은 ‘금고나 벌금 1,000만원 이상의 형사처벌, 지정요건 미달, 허위서류 제출, 상품권 중복발행 등을 범했을 경우 지정은 철회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개발원 관계자는“상품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개발원 인력은 고작 7명 정도밖에 안 돼 완벽한 사후관리는 어렵다”며“인력 충원은 곧 예산 확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화부가 여력이 부족한 민간기관에게 상품권 지정 권한을 넘긴 이유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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