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77) 방송위원장이 23일 공식 사퇴했다. 방송위는 이날 정밀 검진을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인 이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서를 보내와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부 방송위원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임명된 지 13일만에야 정상 업무를 시작한 3기 방송위는 출범 한 달여 만에 다시 ‘선장’을 잃는 풍파를 만났다. 더욱이 이 위원장이 사퇴를 최종 결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까지 겹쳐 뒤숭숭한 분위기다.
방송위원들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21일 전체회의가 끝난 뒤 위원들만 참석한 간담회에서 “질환이 발견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나이도 있으니 위원장으로 계속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위원들은 “경과가 좋을 수 있는데 왜 벌써 거취 문제를 꺼내느냐”고 만류하면서 당분간 이 문제를 거론하지도, 외부에 알리지도 않기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위원들만 모인 간담회 내용이 누군가에 의해 바로 청와대에 ‘보고’됐고 청와대측은 22일 “이 위원장이 간접적으로 사의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결국 이 위원장은 이날 저녁 한 방송위원을 병실로 불러 사퇴서를 내놓았다. 최민희 부위원장 등 몇몇 방송위원은 “일절 함구하기로 합의해놓고 누가 왜 청와대에 알렸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의 사퇴에 따라 대통령은 30일 내에 보궐위원을 임명해야 하며, 새 위원장은 위원간 호선으로 결정한다. 일부 방송위원을 둘러싼 자격 논란의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보궐위원 및 새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갈등이 예상된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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