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사건 항소심을 맡고 있는 재판부 재판장이 또 바뀌었다. 이로써 24일로 예정됐던 재판이 다음 달 21일로 연기되는 등 이 사건에 대한 재판 일정이 수개월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3일 서울고법 형사5부 이상훈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로 전보 발령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에버랜드 사건을 또 다시 지연 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판사가 전임 재판장 사직에 따라 올 2월 정기인사 때 형사5부 재판장을 맡은 점을 감안하면 6개월도 안된 상황에서 재판장이 또 바뀐 것은 얼른 이해하기 힘들다. 재판장 교체는 항소심에서만 2번째다. 신임 재판장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탓에 지난 10월 항소심이 시작된 이후 10개월은 허송세월이 됐다.
에버랜드 사건은 검찰 수사 때부터 상당 기간 지연됐다. 2000년 6월 법학교수 등이 이건희 삼성 회장 등 33명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완성 하루 전인 2003년 12월에야 허태학씨와 박노빈씨 2명만을 기소했다. 1심에서도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당시 부장 이현승)가 모든 변론을 다 마치고 2차례나 선고를 연기하다가 정기 인사로 인해 재판장이 바뀌었다. 선고는 8개월 뒤에야 이뤄졌다.
이상훈 부장판사는 결심이 예상됐던 지난달 20일 공판에서 검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공모여부를 검찰이 구체적으로 입증하라"며 이례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이 요구도 재판장이 교체됨에 따라 사실상 없던 일이 돼 검찰은 부담을 상당부분 덜게 됐다. 반면 재판 일정 지연에 따라 이건희 회장 소환은 다음 재판까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장 변경과 상관없이 수사는 일정대로 진행되지만 차질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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