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용 상품권이 바다이야기 의혹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업체 대표들이 상품권 발행을 자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19개 업체로 구성된 ‘경품용 상품권 발행 협의회’(회장 최병호)는 22일 긴급 회의를 열려다 취소했다. 이날 K사가 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포기하겠다는 공문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보낸 것이 자극제가 돼 업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갑자기 기자들이 몰려들자 회의를 연기했다.
업체 대표들은 정부의 미숙한 관리 체계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지난 해부터 협의회 차원에서 문광부에 수 차례 공문을 보내 성인오락 불법 영업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제대로 단속하지 않던 정부가 왜 뒤늦게 상품권을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이다. A사 대표는 “사행성 성인오락에 대한 정부의 관리체계는 한마디로 저질”이라며 “속칭 ‘딱지’를 막기 위해 좋은 취지로 상품권을 도입해 놓고서 이제와 딴소리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검찰과 국회의 조사 등을 통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 제대로 밝혀진 후 적절한 시기에 발행 포기를 선언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당장 상품권 발행을 포기하면 발행업체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것이라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대신 업체들은 문화관광부에 제출할 탄원서에 대해 중점 논의하고 있다. 탄원서는 협의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으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을 싸잡아 정치권 로비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반발이 담겨 있다고 한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모임도 탄원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협의회는 24, 25일께 다시 모임을 가진 뒤 다음 주 초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30조원대로 급성장한 상품권 시장의 최대 수혜자인 발행업체들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3월 갑자기 인증이 취소되면서 소송을 준비했던 일부 업체들은 지정제로 바뀐 뒤 큰 돈을 벌게 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결국 엄청난 이익을 놓치게 된 업체들의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탄원서를 낸다면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오락실 업주가 불법환전을 통해 상품권을 악용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무분별하게 상품권을 발행해 시장의 파이를 키운 업체들의 책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