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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庶子 명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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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庶子 명왕성

입력
2006.08.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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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 사진을 처음 촬영한 사람은 로웰(Percival Lowellㆍ1855~1916)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기행문 '조선(1886)' '극동의 정신(1888)'을 써 '미지의 세계'를 서양에 알렸다.

1890년대 이탈리아 천문학계가 화성 표면에서 운하를 발견했다고 떠들자 관심을 하늘로 돌렸다. 사재를 털어 애리조나주에 로웰천문대를 설립(1894년), 운하와 외계인을 찾아 천왕성 해왕성까지 뒤졌다. 수학에 능했던 그는 해왕성의 움직임이 만유인력의 법칙에 맞으려면 그 바깥에 모종의 행성이 더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행성X'라 칭했다.

■ 고교를 졸업한 농부 톰보(Clyde Tombaughㆍ1906~1997)는 밀밭에서 별을 헤다가 로웰천문대에 편지를 썼다. 남편의 유업으로 X를 찾고있던 로웰의 부인은 젊고 눈이 좋은 톰보에게 망원경을 맡겼고, 그는 10개월 밤을 새워 X를 촬영했다. 1929년 톰보의 사진이 공개됐지만 그것은 알파벳'i'의 'ㆍ'에 불과했다.

존재는 확인됐으나 실상은 없었다. 세상에 알려졌던 수성~해왕성 8개 행성에 비하면 그것은 '세상 넘어'였다. 그리스신화 '죽음세계의 왕'인 플루토(Pluto)가 X의 이름이 됐고, 우리는 그대로 '명왕(冥王)성'으로 불렀다.

■ 이후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의 서자(庶子)로 취급됐다. 플루토는 '로웰의 X'보다 크기와 질량이 너무 작았고, 공전궤도(황도ㆍ黃道)도 다른 8개와 어긋나 있었다.

'플루토 주위의 수많은 고체 덩어리들(얼음왜성군 혹은 카이퍼벨트)'이 X의 실체로 확인됐고, 결국 그는 태양계의 적자(嫡子)행성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를 인정하면 더 크고 묵직한 케레스(화성ㆍ목성 사이), 카론(플루토의 쌍둥이 위성), 제나(카이퍼벨트 바깥)도 입적해 12행성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체코 프라하에서 14일부터 열리고 있는 국제천문학연맹(IAU)총회는 이 문제를 내일 투표로 결정한다. 전망은 반반이다. 때맞춰 지구촌에선 어린이단체 등을 중심으로 '명왕성 퇴출반대 운동'도 일고 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을 '수금지화목토천해'나 '수금지화케(?)목토천해명카(?)제(?)'로 다시 외우기 싫어서가 아닐 터. 다른 형제에 비해 작고 왜소하고 (황도가)비뚤어졌기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이리라. 탐사선 '뉴호라이즌즈'가 2015년 명왕성의 DNA를 보내와 '친자확인'이 이뤄지고, '미지의 세계'가 사라질 때까지 그를 호적에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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