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터의 공원화 사업을 놓고 서울시와 건교부가 팽팽히 맞선 근본 이유는 자존심과 ‘돈 문제’에서 비롯된다. 건교부는 용산 미군기지터가 국유지인 만큼 특별법을 통해 건교부가 사업을 주도하고 기지이전부지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겉으로는 난개발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용도변경 권한을 뺏기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22일 건교부 장관과 서울시장의 의견조정 실패도 예견된 것이었다. 양측이 실무협상 등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국가기관간 힘겨루기와 정치쟁점화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용도변경은 시장의 고유권한"
서울시는 건교부가 입법예고 한 특별법안 중 14조와 28조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안대로 통과되면 현재의 공원지역에 대한 용도변경이 가능해 용산공원 내부까지 상업시설이 들어서 민족공원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4조는 건교부장관이 용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시는 이 조항을 적용할 경우 건교부가 임의로 용도를 변경, 최소 5조원에 달하는 기지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부지의 상당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민족공원의 조성 규모조차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것을 들고 있다. 또 공원에서 마음껏 삶을 즐길 수 있는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이 침해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14조만 삭제한다면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건교부에 적극 협조할 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조성비용의 분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건교부의 특별법안 28조 ‘서울시장이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건설교통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교부 "국가사업인 만큼 국가가 결정"
건교부는 서울시의 요구에 대해 일부는 수용이 가능하지만 건교부 장관의 용도지역 지정 및 변경 조항 등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건교부는 용산공원특별법 제정 단계에서부터 기지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일부 부지에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을 지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건교부는 또, 용산공원 사업은 법에 따라 국가계획으로 건교부 장관이 직접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용도지역 지정 및 변경 조항을 삭제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 하지 않을 경우 무리한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하고 있다. 용도지역을 지정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와의 협의, 추진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이날 회동 이후 “공원조성과정과 방법에서 다소의 의견차이를 확인했으나 용산공원 보존 및 개발의 큰 그림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봤다”라며 “앞으로 실무적인 논의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망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장 24일로 예정된 정부의 ‘민족ㆍ역사공원 선포식’에 오 시장이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특별법안 내용이 바뀌지 않으면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대체입법을 통해 특별법을 반드시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건교부가 주변지역 관리계획을 서울시장이 건교부와의 협의없이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용도지역 지정 및 변경’조항을 통해 공원부지내 설치 가능한 건물의 종류를 법에 명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아예 고려대상도 아니라고 일축했다. 시는 이 방법마저 여의치 않으면 헌법소원과 권한쟁의 신청, 나아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도 불사한다는 태세이다. 시 관계자는 “용산공원 보존을 위한 여론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며 “서명운동, 공청회 등을 거쳐 서울 시민들에게 용산공원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정부를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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