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中, 한국기술 빼가기 전략이 바뀐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中, 한국기술 빼가기 전략이 바뀐다

입력
2006.08.23 00:05
0 0

국내기술을 빼가는 중국기업들의 전략과 행태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한국 기술획득 전략은 기업을 통째로 인수ㆍ합병(M&A)하던 방식에서 2005년 하반기를 고비로 핵심 협력업체나 기술자, 설계도면을 빼가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2002년 중국 BOE그룹이 하이디스(반도체)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엔 상하이자동차와 샨다 등이 각각 쌍용자동차(자동차), 액토즈소프트(온라인게임)를 M&A하는 등 중국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진 한국기업을 대거 사들였다.

결국 최종 단계에서 매각이 무산되기는 했으나 시노켐과 닝보버드 역시 인천정유와 맥슨텔레콤의 경영권 획득을 시도했다. 중국기업들의 이 같은 국내기업 인수는 영업이익이나 시장확대 외에 국내기업이 보유한 고급기술을 획득하는데 일차적 이유가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2005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중국 자본의 M&A 시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신 협력업체나 기술자를 통해 핵심기술이 체화된 부품, 프로그램, 설계도면을 빼가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또 "중국 진출 한국 업체가 사업을 계속하려면 기술연구소를 세워야 한다"는 중국 정부 차원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가 중국기업에 기술을 유출한 협력업체를 적발한 것은 대표 사례다. 당시 현대차는 쏘나타와 그랜저의 내구성 평가에 참여했던 협력업체 A사가 중국 현지 박람회에 현대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출품한 뒤 중국 업체에 현대차의 재료 및 내구성 관련 데이터를 넘긴 사실을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하고 A사와 협력관계를 중단했다.

현대차의 또 다른 협력업체인 B사에서도 일부 직원이 퇴사한 뒤 별도 회사를 차려 아토스 등 소형차 설계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기려다 적발됐다.

기술유출은 자동차만이 아니다. 한국을 맹렬히 추격하는 중국 조선업계 역시 한국의 설계회사를 통해 국내 조선업체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설계도면을 입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 관계자도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사업 확장의 전제조건으로 핵심 기술을 취급하는 연구소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실상 한국기업의 기술을 이전 받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획득전략이 이같이 바뀌고 있는 것은 경영권을 인수한 한국기업에서 공개적으로 기술을 빼가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차와 하이디스의 경우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신규 자금유입은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주주의 핵심기술 유출 시도로 노사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측의 구조조정 계획과 상하이차와의 기술협력 계획(L-프로젝트)에 반발, 16일부터 공장 출입문을 봉쇄한 채 숙식을 같이하는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이디스도 국내 채권단에 최소 1,300억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인 BOE그룹이 5,000만달러 추가투자의 조건으로 LCD 관련 핵심특허기술 등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어, '기술 빼가기' 비난을 사고 있다.

물론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위험성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국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자본에 인수된 한국기업의 기술이 국제적으로는 범용기술에 가까워 기술을 가져가더라도 한국 산업 전반에 큰 위협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