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취임한 이상희(77) 방송위원장의 사의 표명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본인 말이 엇갈려 의혹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22일 이 위원장이 건강상이유로 간접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 위원장 사퇴설은 이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불거졌다. 방송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18일 건강검진 결과 ‘질환이 의심된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이날 정밀검진을 위해 입원했고, 문광위에는 최민희 부위원장이 대신 참석했다.
사퇴설의 진원지는 청와대. 연합뉴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 위원장이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해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태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청와대에 공식 통보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회의석상에서 격무로 건강이 악화해 위원장 수행이 어렵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인과 방송위측은 이를 부인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화통화에서 사의를 밝혔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청와대의 사의 공개 언급 이유를 묻자 “(상황이) 애매하게 됐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최민희 부위원장 등 복수의 방송위원도 “위원장이 회의석상에서 사의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직 정밀 검진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본인이 분명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왜 청와대가 “간접적으로 전달 받은” 말로 사의를 언급했는지 의문이다.
한편 이 위원장이 공식 사퇴할 경우 대통령은 30일 내에 보궐위원을 임명해야 하며, 새 위원장은 위원간 호선으로 결정한다. 이 때까지는 최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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