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에 가까운 여야 국회의원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실에서 사용되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04_05년 고액 후원금 기부자 현황’ 자료와 현재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는 19개 지정 업체의 등기부 초본에 기록된 주요 임원 명단 등을 대조한 결과 열린우리당 신기남, 우상호, 문희상, 유기홍, 이종걸 의원 등이 한국도서보급, 삼미, 한국문화진흥 등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의 전ㆍ현직 대표 등으로부터 각각 13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박형준, 이계경, 최구식, 김정훈 의원, 민주당 신중식 의원,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도 이들 업체에서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당별로 보면 열린우리당이 1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한나라당 5명, 민주당, 민노당이 각각 1명이었다. 특히 상품권 업계의 정치인 후원은 게임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원들은 지인이나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의해 받은 순수한 성격의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우리당 문희상 의원측은 “기부자는 고교 선배이고 기부 시점도 회사를 그만둔 뒤”라고 말했고, 신기남 의원측도 “기부자는 고교 동창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기홍 의원은 “민주화운동 때 알던 20년지기 선배”라고 설명했고 이미경 의원측은 “도서정가제 관련 논의를 많이 해서 알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측은 “후원금을 낸 시점인 지난해 2월엔 기부자가 상품권 관련 업체에 근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김재홍 의원측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계안 의원측은 “기부자는 당시 비씨카드 사장으로 상품권과 무관하다”고 설명했고 이석현 의원측은 “남양알로에 대표자격으로 낸 후원금”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측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정상적으로 영수증 처리했다”고 말했고, 박형준 의원측은 “후원금을 받긴 했지만 상품권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초선인 김재윤(우리당)ㆍ최구식(한나라당) 의원측은 “총선 직전에 지인들한테서 받은 후원금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측도 “기부자가 후원금을 낸 당시 상품권 관련업체에 있지 않았고, 김 원내대표도 총선 직전 원외 신분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민노당 천영세 의원측은 “도서정가제 관련법안을 제출한 상태여서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돌려주기로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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