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제조ㆍ판매업체인 ㈜에이원비즈 대표 차모(36ㆍ구속)씨와 ㈜지코프라임 최모(35ㆍ구속)씨는 국내 게임업체의 부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들이 거쳐간 게임회사는 지씨텍, 탑젠, 로보노이드, 비테크놀로지, 엔플렉스 등으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잘 나갔으나 모두 몰락하고 말았다.
두 사람을 키워준 인물은 이 업체들을 설립, 운영한 이모(43)씨. 미국 유명대학에서 MBA와 박사과정을 마친 이씨는 1998년 대덕연구단지에 지씨텍을 설립한 뒤 승승장구하며 코스닥기업인 엔플렉스까지 인수했다. 이씨는 사이버낚시게임과 경마게임 등을 성공시켰고 영화, 공연 사업에도 손을 댔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아가씨와 건달들’ 악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등도 그가 투자한 작품들이다.
이씨는 여러 회사의 대표를 맡으면서도 차씨와 최씨를 데리고 다녔다. 두 사람은 지씨텍 과장에서 출발해 비테크놀로지와 엔플렉스의 이사를 지냈다.
하지만 이씨는 끊임없이 횡령, 분식회계 등의 의혹을 받다가 2002년 8월 검찰에 구속됐고 이후 경영에 복귀했으나 현재는 해외 도피 중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당시 이들 회사의 주주들은 이씨와 차씨를 ‘벤처 사기꾼’이라며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씨 구속 당시 유명 방송인 김모씨가 이씨로부터 1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받은 혐의로 함께 불구속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던 TV프로그램에 이 회사의 게임기를 나오게 해 간접 홍보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와 최씨는 2003년까지 이씨 밑에서 일하다 독립해 바다이야기로 대박을 터뜨렸으나 결국 ‘스승’ 이씨의 전철을 밟아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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