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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명무전' 춤 없는 반쪽짜리 풍물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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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명무전' 춤 없는 반쪽짜리 풍물은 가라

입력
2006.08.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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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몸짓을 발림이라 하듯 풍물에서의 몸짓은 버슴새라 한다. 이 버슴새가 고도로 발전한 것이 풍물춤이다. 동작과 음악, 호흡이 하나로 모아진 춤이다.

다음달 1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풍물춤의 최고 명인들이 ‘풍물명무전(風物名舞展)’이라는 타이틀 아래 모인다. 상쇠의 부포춤, 장구잡이의 설장구춤, 소고잡이의 소고춤 등 판굿에서 개인 기량을 선보이는 독무를 ‘개인놀이’라 하는데, 풍물이 가장 발달한 호남의 춤꾼들이 이날 개인놀이를 펼친다.

풍물춤의 대표는 장구를 연주하면서 오묘한 발짓을 하는 설장구춤. 김형순(73)씨와 김동언(66)씨가 설장구춤을 추는데 김형순씨는 부안 정읍 김제 이리의 가락을, 김동언씨는 영광 광주 담양의 가락을 갖고 각기 다른 맛을 보여준다.

소고춤은 우도와 좌도가 다르다. 정인삼(64)씨가 선보이는 우도의 고깔소고춤은 꽃을 단 고깔을 쓰고 추는 것이고, 김운태(43)씨의 좌도 채상소고춤은 상모에 긴 종이 띠를 달아 돌리면서 추는 춤이다. 채상소고춤에는 공중 돌기인 자반뒤집기가 더해져 기예처럼 보인다. 호남여성농악단장을 아버지로 둔 김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농악단의 ‘얼굴 마담’ 역할을 했는데, 하루에 3,000회씩 자반뒤집기를 했다 한다.

상쇠의 상모에 달린 깃털에서 이름을 딴 부포춤에도 두 가지가 있다. 우도에서는 뻣뻣한 ‘뻣상모’를 쓰고, 좌도에서는 부들부들한 깃털 덩어리를 단 ‘부들상모’를 쓴다. 우도 부포춤의 최고로 꼽히는 유지화(63)씨, 유순자(51)씨는 여성농악단 출신. 젊은 시절 전국을 유랑하며 하루에 무려 10회의 공연을 해온 이들이다. 부들부포춤을 추는 류명철(64)씨는 3대를 이어온 남원굿의 상쇠다.

공연을 기획, 연출한 진옥섭씨에 따르면 포스터 촬영을 위해 명인 7인이 모였는데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다. 호남 최고의 ‘뜬쇠(꽹과리잡이 중 최고)’라 자부하는 유지화, 유순자, 류명철 세 명인의 경쟁심이 특히 대단했다. 진씨는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라며 “좀처럼 웃지 않아 촬영이 힘들었다”고 했다. 공연 순서도 못 정했다. “다들 맨 마지막에 하고 싶어 하실 텐데 큰일이다. 공연 전날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 이준기에게 춤을 가르친 진씨는 “풍물을 무대화한 사물놀이가 성공하면서 음악은 발전했으나 춤은 쇠퇴해 반쪽짜리 풍물이 돼버렸다”면서 “풍물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살풀이 승무 태평무 등 문화재로 지정된 춤 외에도 우리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전통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02)3216-1185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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