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특하게, 더 빠르게, 더 코믹하게!
매체 환경과 시청자의 기호 변화로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바뀌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유행하는 드라마의 성향은 존재했다. 그러나 올해는 히트 드라마와 실패작의 시청률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작품의 차이점도 보다 분명하게 확인 된다. 올들어 방송된 드라마의 성공 코드들을 정리해 보았다.
진부한 소재는 그만
MBC ‘어느 멋진 날’, SBS ‘스마일 어게인’ 등 불치병과 출생의 비밀 같은 뻔한 설정의 작품들은 모두 실패했다. 최근 출생의 비밀과 가족찾기를 내세운 SBS ‘천국보다 낯선’ 역시 엄태웅 이성재 김민정 등 탄탄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3~4%에 그치고 있다.
반면 현재도 황실이 존재한다는 설정의 MBC ‘궁’, 조강지처와 남편의 불륜 상대의 영혼이 바뀌는 SBS ‘돌아와요 순애씨’ 등은 톱스타 캐스팅 없이도 초반부터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식상한 설정의 작품들은 애초에 시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스토리보다 에피소드
예전처럼 몇 회는 진행돼야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나는 작품은 환영 받지 못한다. MBC ‘주몽’이 소금산 원행, 태자 경합 등의 사건을 매회 터뜨리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는 반면, 주인공의 삶을 연대기로 그리는 SBS ‘연개소문’은 ‘주몽’ 만큼 빠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돌아와요 순애씨’는 스토리와는 별개로, 순애의 꿈에서 그의 복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내용만으로 한 회를 채워도 시청률은 상승했다. 반면 MBC ‘오버 더 레인보우’는 3회에야 새로운 여주인공이 등장, 시청자들로부터 “언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웃겨야 산다
올해는 대부분 코믹한 드라마가 성공했다. KBS2 ‘투명인간 최장수’는 ‘돌아와요 순애씨’처럼 중년 시청자를 노렸고 유오성과 채시라의 열연이 돋보이지만, 코믹함을 내세운 ‘순애씨’를 넘지 못하고 있다. ‘천국보다 낯선’은 같은 시간대의 KBS2 ‘포도밭 그 사나이’와 비교했을 때 안정된 연기가 호평을 얻고 있지만, 로맨틱 코미디인 ‘포도밭…’의 시청률이 점차 상승하는 것과 달리 여전히 반응이 저조하다. 사극도 마찬가지. ’주몽‘에서는 다수의 코믹한 캐릭터들이 작품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작품성보다 순간적 흥미
이런 성공 코드들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태도 변화에서 기인한다. 드라마 외에도 얼마든지 볼 것, 할 것이 많은 요즘 시청자들은 과거처럼 드라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화와 해외 시리즈 등 짧은 시간동안 집중력 있게 작품을 끌고 가는 장르에 익숙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작품성 이전에 순간적인 흡인력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드라마에 긍정적인 것인가는 의문이다. 드라마 특유의 긴 방영시간을 살려 충실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들이 성공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사건 없이 섬세한 일상의 묘사에 주력한 SBS ‘연애시대’, KBS ‘굿바이 솔로’ 등이 마니아는 얻었지만 대중적으로는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홍진아 작가는 “대중의 취향을 염두에 두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중의 기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 기회조차 잃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