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도박공화국'으로 몰고 간 중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문화관광부에 있다. 문화부의 정책판단에서부터 오류가 있었고 잘못된 결과를 조기 차단하는 데도 실패한 것이다.
2002년 문화부가 경품용 상품권을 허용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오락기를 허가한 것이 사태의 출발이다. 상품권이 바로 현금화하고 단번에 대박을 터뜨리는 오락기가 나오는 등 과잉 도박성 징후가 속출했는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거나 과소평가했다.
지금까지 문화부 관련자의 발언은 책임회피성이거나 앞뒤가 맞지 않거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주장과 반대되는 떠넘기기식이었다. 정동채 전 장관은 "2004년 문화부가 영등위에 5차례 공문을 보내 사행성 게임물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등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문화부는 당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즉 전체이용가 등급인 청소년 게임물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해 경품의 자율성을 확보하라고 요구한 것 등이다. 문화부는 이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특히 그 과정이 문화부의 미숙한 정책 판단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압력에 따른 것인지 등도 분명히 해야 한다.
'도박공화국'에서는 최근 1~2년에 30조원 가량의 '도박 상품권 시장'이 생겨났다. 문화부는 지난해 상품권 발행 인증제를 실시했다가 지정제로 바꾸었다. 일정 기준만 갖추면 쉽게 지정을 받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상품권 발행사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 주었고 도박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문화부는 이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문화부는 근래 영상산업과 아울러 게임산업 진흥에 힘을 기울여 왔고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부와 영등위의 정책적 오류, 안이한 현실인식, 결과에 대한 무책임 등이 게임산업을 도박산업으로 전락케 만든 것이다. 국민적 개탄 속에 뒤늦게 검찰과 감사원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그 전에 문화부가 뼈 아픈 자성과 함께 진실과 전모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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