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치매노인 이모(사고 당시 78) 할머니는 2003년 12월 회사에 간 아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아들을 찾아 나섰다.
할머니는 아들을 찾던 중 오후 11시께 서울 노들길에서 승합차에 치어 숨졌다. 사고 당시 관할 경찰서인 노량진경찰서는 할머니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을 채취, 경찰청에 감식을 의뢰했으나 다음해 1월 동일한 지문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은 할머니를 무연고 변사자로 분류해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장처리했다.
볼일이 있어 회사를 나간 뒤 집에 돌아온 아들 지모(36)씨는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 경찰서에 가출신고를 내고 부랑인복지시설에 입소여부를 확인하는 등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경찰청은 2004년 12월 변사자의 지문을 가출 신고된 할머니의 지문으로 확인한 뒤 관할 경찰서에 확인결과를 보냈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유족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7개월간 방치했다. 결국 어머니가 집을 나간 지 20개월 만인 2005년 8월 아들 지씨가 파출소를 직접 방문한 다음에야 어머니의 사망사실과 화장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0부(부장 이석웅)는 21일 사망한 어머니 신원확인 후 유족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며 아들 지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아들 지씨 등 자녀 3명에게 각 2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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