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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임진각 국토종단 도보여행 안기향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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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임진각 국토종단 도보여행 안기향씨 가족

입력
200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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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여행은 특이했다. 처음에는 슬픔을 잊기 위해, 그러다가 강해지기 위해 걸었다. 하지만 이젠 남을 돕기 위해 걷고 있다.

충남 천안에 사는 남매인 신민주(16ㆍ천안여상1년)양과 재오(14ㆍ천성중 2년)군은 아빠를 여의고 꽃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안기향(45)씨와 살고 있다.

이들 세 식구는 지난해 여름부터 방학만 되면 여행보따리를 꾸린다. 남들처럼 피서나 관광하려는 게 아니다. 전남 목포부터 임진각까지 국도 1호선을 따라 도보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전체 구간을 6개로 나눠 걷고 있는 이들은 이번 여름방학 때는 8월 10~12일 대전에서 충남 논산까지 100㎞를 걸었다. 체감 온도가 40도 가까운 땡볕에서 하루 30㎞ 이상 걸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밥은 음식점에서 간단히 때웠고, 잠도 친지집이나 여관 등에서 해결했다.

이 가족의 국토종단 도보여행은 어머니 안씨가 제안했다. 1994년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홀로 남매를 키우는 안씨는 아이들을 좀더 강하게 키우기 위해 가족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보름 이상 걸리는 종단여행을 단번에 할 수 없는 터라 목포~임진각을 약 100㎞씩 6개 구간으로 나눠 걷기로 했다. 지난해 여름 처음 코스는 충남 천안에서 서울 여의도 63빌딩까지로 2박 3일간 걸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63빌딩 앞을 출발, 신촌을 거쳐 임진각까지 54km를 걸어 그곳에서 새해를 맞았다.

재오군과 민주양은 발에 물집이 생기고 온몸이 쑤시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중단하지 않았다. 두 번의 여행을 거치며 한층 성숙해진 남매는 올해에는 "주위의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 결식아동돕기 모금을 겸한 여행으로 전환했다. 이번 여행에 나서기에 앞서 1㎞ 마다 1,000원씩 결식아동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많은 사람들이 모금에 동참, 벌써 140여 만원이 모였다.

이들이 도와주려는 학생들은 남매가 다니는 학교와 안씨의 모교 후배 등 10명으로 후원 목표액은 매년 500만원이다. 민주양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해마다 10명씩 후원한다는 계획이다.

민주양은"내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친구들을 도와주는 성금이 쌓인다고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고 자랑했다. 안씨는 "먼저 간 남편에게 '여보! 아이들 잘 키웠지'라고 자랑하고 싶어 여행을 시작했다"며 "잘 커준 아이들과 많은 사람의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도보여행 여정은 이제 논산에서 목포까지 3구간이 남아있다. 최종 목적지인 목포에는 2년 후 여름방학때 도달할 예정이다. 결식아동후원 문의 (041)551-5000, 후원금 농협 174334-56-116228.

천안=글ㆍ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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