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한 게임장의 경품용 상품권 유통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상품권 지정제가 도입된 뒤 올해 7월까지 발행된 상품권은 무려 30조원 어치(60억장). 올해 국방예산(23조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가맹점을 통해 사용되는 물량은 총 발행량의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98.5%가 불법 환전을 거쳐 수차례 재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통액은 30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상품권 발행 및 유통 과정에서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상품권 발행사로 지정된 곳은 19개 업체. 지정제 도입은 가맹점이 없는 이른바 ‘딱지상품권’의 난립과 불법 환전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품권의 정상 유통 경로(그림 ①~⑦ 참조)는 지정 발행사가 총판 등을 통해 게임장에 상품권을 공급하고, 게임 이용자는 경품으로 받은 상품권을 가맹점에서 사용하고, 가맹점은 발행사에 상환을 요청하는 것이다. 또 사용된 상품권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용자가 받은 상품권을 게임장과 유착한 환전소를 통해 불법 환전하고, 게임장은 환전소 등으로부터 상품권을 재매입해 사용하는 불법 유통(그림 ⑧, ⑨)이 주류를 이룬다. 김창배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이 같은 비정상적 유통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품권의 과다 배출과 이에 따른 환전이 수익 창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게임장(환전소)은 게임 이용 요금보다 환전수수료(상품권 가액의 10%), 발행사는 가맹점 상환 수수료보다 신ㆍ구 상품권 교환 수수료(장당 20원 가량)로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게임장 등 관련 업체들은 게임기의 승률까지 높여주는 조작을 통해 상품권이 더 많이 회전되도록 하는데 혈안이 돼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당정협의를 거쳐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그러나 당장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 자칫 과거와 같은 음성적인 현금 거래가 다시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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