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용 상품권 발행 관련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관광부와 산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상품권 발행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100억원대의 게임문화진흥기금을 조성한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문화부는 관련 업체들의 건의도 무시한 채 지난해 상품권 인증제를 지정제로 변경, 상품권으로 인한 부작용을 더욱 확산시켜 상품권 제도에 집착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0억대 수수료 때문에 폐지 못해?
문화부는 지난해 9월 경품용 상품권 지정 권한을 게임개발원에 위탁하면서 상품권 발행사들로부터 게임문화진흥기금을 조성한다며 총 발행액에 따라 0.04~0.1%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왔다. 게임의 역기능을 예방, 근절하고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이 기금은 현재 14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문화부는 민간기관인 게임개발원과 상품권 발행사 지정 권한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 징수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법적 근거 없이 ‘눈먼 돈’을 거둔 셈이다. 때문에 문화부와 게임개발원이 쌈짓돈처럼 사용할 우려마저 있고, 기금 납부가 상품권 발행 허가의 조건처럼 악용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게임개발원이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이 기금에서 임원 차량 대여비와 주유비, 외부 회계감사 수수료 등을 지출하는 등 ‘건전 게임문화 조성’과 관계없는 곳에 썼지만, 아무 문제 없이 문화부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수수료 징수는 경품용 상품권 지정 및 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공한 행정역무에 대한 반대급무로 문제가 없다”며 “게임문화진흥기금은 상품권 발행사가 경품용 상품권 및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협의에 의해 조성하는 민간기금이므로 법적 근거를 요하는 정부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행성 오락기 문제의 핵심에 상품권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화부가 상품권 폐지에 적극 나서지 않은 이유와 100억대의 ‘눈먼 돈’의 상관관계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문화부, 지정제 변경 이유는?
문화부는 불법 환전을 부추기는 상품권 제도를 개정하라는 게임장 업계 건의를 무시한 채 오히려 상품권의 부작용이 극에 달한 시점에 발행업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지정제를 도입해 의혹을 사고 있다.
문화부는 2004년 12월 사행성 방지를 위해 ▦경품한도액 2만원(18세 이용가) ▦경품 지급 후 잔여점수 삭제 등을 골자로 한 ‘게임제공업소 경품취급기준’을 개정ㆍ고시했다. 그러나 당첨점수가 2만점을 넘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이용자들은 바로 상품권을 뽑고 상품권이 쌓이면 바로 환전해 다시 게임에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사행성을 더욱 부추긴 꼴이 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협회 회장은 “개정 고시 이후 연 3,800억원 수준이던 상품권 시장이 연 29조원대로 껑충 뛰었고 이 과정에서 상품권 발행업체들만 떼돈을 벌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어 “당첨 점수를 게임에 이용할 수 있게 해 상품권 과다배출과 불법 환전을 막는 개정안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문화부는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또 지난해 3월 인증제를 시행했다가 인증업체 22곳 모두 허위자료 제출로 인증이 취소되자, 같은 해 8월 지정제를 도입했다. 자격요건은 다소 까다로워졌다지만,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지정을 받을 수 있어 오히려 규제가 완화한 것이다. 실제 인증 취소된 11곳이 기사회생했다. 게임개발원 관계자도 “인증제가 ‘소수정예’라면 지정제는 문턱을 낮춰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상품권의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비화한 시점에 왜 진입장벽을 낮춰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지정제를 도입했는지에 대해선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상품권 발행 지정 업체에 대한 실사와 사후 관리도 부실했다. 게임개발원측은 “가맹점 확보 여부는 콜마케팅 업체에, 재정건실성 여부는 지급보증기관에 맡겼고, 현장 실사는 하루 3~4시간 정도 했다”고 말했다. 게임개발원은 또 환전 등 불법유통 사례 신고센터 운영 이외의 감독 및 사후조치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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