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사행성 오락기 심사 과정은 물론 심의위원 위촉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아케이드게임 소위원회 전(前) 위원들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또 위원들의 전문성과 부실심사 여부를 놓고 심사위원간 갈등도 상존했던 것으로 드러나 영등위의 정상적인 심의기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심사위원 위촉도 부실?
영등위 위원을 지낸 권장희씨는 “업계의 압력으로 심의위원이 위촉된 경우도 있다”고 21일 밝혔다. 영등위 심의위원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권씨는 “2004년 심의위원 조모씨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후 한국컴퓨터게임산업협회중앙회(한컴산)가 심의의 공정성을 운운하며 영등위를 강하게 압박했다”며 “이 때문에 한컴산 추천 인사를 위촉했다”고 말했다. 외부 비판을 잠재우려고 영등위가 심의위원을 편법 위촉했다는 것.
권씨가 문제의 심의위원으로 지목한 K씨는 그러나 “공식적으로 한컴산 추천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K씨도 심의위원 위촉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는 “공모에 떨어진 후 잊고 지냈는데 갑자기 심의위원이 됐다는 연락이 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테마파크 사업에 종사하는 K씨가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바다이야기’ 2.0버전이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등 K씨의 활동에는 큰 문제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전직 위원은 “너무 공공연히 업계 입장을 대변해 다른 위원들이 거북해 했다”고 전했다.
업계 출신 심의위원 위촉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다. 특히 사회단체 출신 위원들은 이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위원은 게임제조업체 대표를 지낸 경력이 문제가 됐고, 2004년 구속된 조모씨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파장을 일으켰다.
심의과정도 부실 덩어리?
심의위원 위촉과 위원 구성에 대한 잡음뿐 아니라 영등위 심의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 소위 위원을 지낸 Y씨는“현행 영등위 심의체계로는 성인오락기에 감춰진 예시나 연타 기능을 알아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많은 심의대상을 짧은 시간에 정확히 처리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 잦은 위원 교체와 사전교육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Y씨는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채 회의가 진행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늦게 출석해 심의안에 서명만 하는 위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Y씨와 함께 심의에 참여한 백우영 전 아케이드 소위의장은 “Y씨의 주장은 영등위의 기능을 무력화 시키려는 중상모략”이라며 “당시 심사는 엄격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졌으며 편법적으로 심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심의의 전문성을 놓고도 위원들의 주장은 엇갈린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게임전문가가 심의에 대거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 맞선다. K씨는 “업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규정집 하나 주고 심의하라 하더라”며 전문성 부재를 꼬집었다.
그러나 권장희씨는 “등급분류 심의에는 게임 전문가보다 학부모, 아동학자 등이 더 적합하다”고 반박했다. 박찬 영등위 부위원장도 “1주일이면 전문가가 된다”며 “기계 구성보다는 사행성을 기준으로 심의하기 때문에 상식적 판단력을 가졌다면 누구든 1주일이면 전문가가 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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