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간의 영혼은 심장에 있었다고 믿었다. 현대에 와서 마음은 신경현상의 산물로 여겨진다. 심장에 있던 마음은 두뇌에 둥지를 틀었다. 결국 인간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은 뇌 연구와 어깨동무를 해야했다.
실제 최근 심리학적 연구는 뇌 영상촬영을 주요 측정도구로 활용한다. 인지심리학이라는 용어가 널리 자리잡은 지도 오래다. 18,19일 서울대에서 열린 2006년 한국심리학회는 이러한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총 22개의 심포지엄과 12개 분과학회의 발표 등으로 꾸며진 대형 학회에서는 심리학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마음의 본질이란 무엇이냐’는 영원한 질문을 던졌다. ‘뇌와 심리, 적인가 동지인가’이라는 심포지엄을 중심으로 마음에 대한 탐구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는 뉴로 마케팅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기능이 아닌 이미지를 소비하는 제품 마케팅의 심리학적 기반을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설명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눈을 가리고 시음하면 펩시가 더 맛있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건 이미 1960년대의 실험이다. 하지만 펩시는 한번도 코카콜라를 따라잡지 못했다.
최근 미국에서 뇌 영상촬영을 실시한 실험 결과도 다르지 않다. 단지 코카콜라라는 상표만 보고도 소비자들은 뇌에서 정서, 기억, 학습 등에 관련된 후복측 전전두엽 피질과 해마가 크게 활성화했다. 혀가 아닌 뇌가 소비하는 브랜드 파워인 셈이다.
성 교수의 국내 실험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평범한 여대생을 대상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를 보여주고 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 활성화하는 부위가 전혀 달랐다. 그는 “국내 브랜드의 경우 친근감과 풍부한 기억을 자극하는 반면, 명품을 보면 뇌의 전대상이랑 영역이 활성화해 사회적으로 학습된 보상과 기대감을 자극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을 명시적으로, 그리고 암시적으로 그린 광고를 남학생들에게 보여준 설문조사에서는 “명시적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고 답한 반면 뇌 영상은 암시적 광고에 더 민감했다. 성 교수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반응을 캐치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뇌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라
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는 ‘뇌과학이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인지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신경과학적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어떤 학습이든 결정적 시기는 없고 단지 언어학습에 민감한 시기가 존재할 뿐이다. 그것도 ‘사춘기 이전’이라는 넓은 영역일 뿐이어서 3세때 시작하는 영어학습이 6세 때 시작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
또 가상의 경쟁자를 놓고 수학문제를 풀게 한 실험 결과 문제를 잘 푸는 아이들은 경쟁적 뇌 영역이 활성화한 반면 못 푸는 아이들은 부정적 정서가 드러났다.
김 교수는 “경쟁 압박이 누구에게나 학습성취 동기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창의성이 뛰어난 영재들이 뇌를 쓰는 방식이 어떻게 다르냐는 점은 흥미로운 연구주제 중 하나다. 실제 암산 영재나 뛰어난 음악가 등이 평범한 이들에 비해 뇌의 많은 부분을 활용한다는 실험결과는 많다.
하지만 뇌 연구가 교수법으로 응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뇌의 어떤 부분이 무슨 기능을 담당하는지는 밝혀지고 있으나 신경 사이의 연관성이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다”며 “교육학자가 구체적 연구목적을 갖고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음은 단지 뇌일 뿐인가?
인간 심리를 뇌의 현상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현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대세다. 하지만 성균관대 심리학과 이정모 교수는 이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현대의 신경과학자들은 영혼(마음)을 뇌로 대체시켰을 뿐 신체와 동떨어진 마음(이성)이 지각하고 사고하고 의식한다는 데카르트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마음은 뇌의 작용만이 아닌 뇌와 신체가 모두 연결된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제3의 견해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대 생리학자인 M R 베넷 교수와 영국 옥스포드대 인지철학자인 P M S 해커 교수가 그러한 연구자들이다.
그들은 인간의 심적 속성이 뇌의 부분이 아닌 인간 전체의 속성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최근의 신경과학은 뇌와 연결된 중추신경계뿐만 아니라 전신에 퍼져있는 호르몬 수용체들이 정서적 반응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마음에 대한 연구의 분석단위는 뇌-몸-환경의 상호작용이 돼야 한다”며 “사회신경과학이 새로운 학제적 연구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과 사회를 탐구해 온 인간이 자신에게 눈을 돌리면서, 이제는 학문의 통합이 절실히 필요해지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