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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양자역학을 사랑한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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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양자역학을 사랑한 천재들

입력
2006.08.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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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리를 찾아서(Men Who Made a New Physics)上

20세기 초 물리학계는 ‘흑체 복사’ 등 몇 개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풀려 물리학이 완결됐다고 생각했다. 흑체 복사 문제란 물체가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것에 관한 법칙을 말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고전역학과 다른 전혀 ‘새로운 물리학’을 낳을 줄은 몰랐다. 20세기 초반은 그러한 혁명의 시대였다. 그리고 천재들의 시기였다.

“양자역학이란 게 도대체 뭐냐”고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는 독자에게 과학저술가 바바라 러벳 클라인의 ‘새로운 물리를 찾아서’(Men Who Made a New Physics)를 권한다.

이 책은 어니스트 러더퍼드부터 막스 플랑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전반의 물리학자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으며, 결론적으로 어떻게 양자역학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책이다.

책을 덮은 뒤 “그래서 양자역학이 뭐냐”는 질문이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천재들의 삶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이 책에서 그들은 박제화한 노벨상 수상자가 아니라, 도전과 성취와 오만과 좌절과 관용의 인간으로 그려진다.

먼저 그들의 인간적 면모를 살펴보자. 흑체 복사를 연구하며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방출된다는 양자(量子)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플랑크와, 상대성이론을 창안한 아인슈타인은 모두 독일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학교생활을 즐기고, 하루 24시간을 쪼개 산책과 피아노와 연구에 규칙적으로 안배한 플랑크는 자신의 양자 개념이 ‘새로운 물리’의 시초라는 의미를 결코 만족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보수적이었고 고전역학을 숭배했다.

반면 수학 말고는 흥미가 없었던 낙제생 아인슈타인은 스위스로 이주한 뒤 친구 노트를 한 두 달 동안 달달 외워 겨우 취리히공대를 졸업했다.

아인슈타인의 첫 직업은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였다. 그는 자기 식대로 가르치는 일에 한껏 빠져, 교사인 학부모에게 “아이들을 숨막히는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권했다가 쫓겨났다. 아인슈타인은 플랑크가 불만스러워했던 에너지의 불연속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이를 수학적으로 확장했다.

덴마크 물리학자인 보어는 양자역학의 태동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물론 학문적으로 양자역학은 한 두 명의 물리학자에 의해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어가 만든 보어연구소는 1920~30년대 금기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불러모았고, 가난한 물리학자들을 후원했으며, 물리학의 역사를 새로 썼다.

코펜하겐에 자리잡은 보어학파는 집단적인 토의끝에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내놓았다. 보어연구소의 청년들은 전자가 원자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토의하는 것만큼의 집념을 갖고 때로 “서부영화의 주인공은 어떻게 악당보다 먼저 총을 뽑는지” 알기 위해 실험을 벌였다.

총명하고 엄격한 어린 청년 파울리가 보어에게조차 “입 닥치지 못해! 순 바보짓을 하다니”라는 식의 비판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서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물리학자 헨리 카시미르는 이 시기를 “물리학에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불렀다.

1993년 국내 번역 출판된 이 책은 요즘 서점에서 찾기 어렵다. 최근 물리학 교양서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일찍 나와 빛이 바랜 책인지도 모른다. 전파과학사(02-333-8877). 차동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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