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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그들도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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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그들도 우리처럼

입력
2006.08.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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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미술평론가 성완경 선생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 끼이게 됐다. 나중에 선생님의 동창 한 분도 합류했다. 프랑스에 35년째 살고 계시는 분이라고 했다. 직선적인 성격이 엿보이는 눈빛에 짧은 커트머리, 민소매 검정 원피스 차림이셨다.

혼자 무작정 트럭을 몰고 호주의 오지를 헤맸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사흘 만에 인가를 만나 달려갔더니 원시인같이 거친 모습의 백인 남자들이 위스키를 마시고 있더란다. 그들은 그때까지 동양여자라고는 본 적이 없다며 깜짝 놀라더란다. 그분은 우선 위스키를 청해 벌컥벌컥 마시고, 먹을 것을 달라 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집 안주인이 사진 두 장을 가져와 보여주며 어느 걸 먹겠냐고 묻더란다. 타조 사진과 캥거루 사진이었는데, 목이 길고 눈이 예쁜 타조를 차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캥거루를 골랐단다. "한 덩어리를 구워주는데, 세상에 그보다 맛있는 고기는 없을 거야! 연어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 거야!"

"자기, 올해 그거지?" 성 선생님의 은밀한 물음에 그분은 "응, 그거지. 그래서 부모님이 들어와 보라 그런 거지" 대답했다. 두 분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한 '그것'은 환갑을 말함이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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