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17ㆍ경기고)이 연이틀 ‘대형 사고’를 쳤다.
박태환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서 펼쳐진 2006범태평양 수영대회 마지막날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5분06초11의 기록으로 금빛 물살을 갈랐다. 2위는 미국의 에릭 벤트(15분7초17).
전날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정규코스(50m)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대회 2관왕에 오르는 쾌거. 박태환은 지난 18일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는 등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신기록 2개를 포함해 혼자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박태환의 이날 1,500m 우승은 예견된 일. 400m와 함께 자신의 주종목으로 박태환은 참가 선수 23명 중 보유 기록(15분32)이 가장 좋아 예선없이 결승에 나서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자유형 1,500m는 50m 코스를 30차례나 오가는 이른바 ‘수영의 마라톤’으로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
초반 체력 안배와 함께 탐색전을 펼치던 박태환은 1,350m까지는 벤트(미국)에 뒤져 2위였지만 1,400m를 턴하면서 선두로 나선 끝에 벤트의 추격을 1초06차로 제치는 극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박태환은 아쉽게도 지난해 11월 장린(중국)이 작성한 아시아신기록(15분27)이나 자신이 보유한 한국신기록(15분00초32)을 앞당기지는 못했다.
한편 남ㆍ녀 평영 200m와 여자 혼계영 400m에서도 한국 신기록이 쏟아졌다. 여자 평영 200m의 정슬기(18ㆍ서울체고)는 결승에서 2분27초09를 기록하며 지난 6월 자신이 세웠던 종전 한국기록(2분28초02)을 0.93초 단축하며 한국 대표팀에 값진 동메달을 안겼다.
남자 평영 200m의 신수종(18ㆍ아산시청)도 예선에서 2분17초51을 기록하며 유승현의 종전 한국기록(2분17초89)을 0.38초 앞당겼고, 여자 혼계영 400m 결승에 출전한 이남은(17ㆍ효정고)과 정슬기 신해인(17ㆍ이상 북원여고), 이겨라(17ㆍ대성여상)도 4분9초32의 기록으로 종전 한국기록(4분12초92)을 3초60 단축시켰다.
한편 21일 막을 내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참가 19개국 가운데 종합 5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아시아신기록 2개와 한국신기록 11개도 무더기로 쏟아냈다. 박태환을 비롯한 선수단은 24일 오전 11시20분 귀국한다.
■올림픽 메달 가능성은
한국 수영과 박태환(17ㆍ경기고 3)의 최종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이제 아시아권에서 박태환의 적수는 없다. 라이벌로 꼽혔던 중국의 장린은 지난 4월 동아시아대회 이후 한번도 박태환을 앞서지 못했다.
그렇다면 박태환의 올림픽 메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분위기로는 올림픽 메달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세계 랭킹 1위인 이언 소프와 그랜트 헤켓(이상 호주)을 비롯해 네덜란드의 후겔 벤더 등 세계 5위권 이내의 정상급 선수들이 불참했다. 아테네올림픽 수영 6관왕 미국의 펠프스는 접영으로 종목을 바꾸는 바람에 박태환과 만나지 못했다. 400m의 경우 소프가 2002년 세운 3분40초08이고 1,500m는 헤켓의 14분34초56(2001년) 등 세계기록과도 아직 격차는 있다.
그러나 수영 전문가들은 박태환이 이들과 맞대결을 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 27세이 되는 소프에 비해 박태환은 2년 후면 만 19세로 최전성기로 접어드는 나이다.
실제 국제수영연맹(FINA)이 지난 6일까지 집계한 2006년 정규코스(50m) 세계랭킹을 살펴보면 박태환은 올해 최연소 월드클래스다. 지난 20일 박태환의 400m 우승 기록은 3분45초72로, 미국의 클레트 켈러(3분44초27)에 이어 2006년 세계랭킹 2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박태환보다 어린 선수는 랭킹 100위 안에 한 명도 없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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