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2006년 세제개편안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이 늘지도, 그렇다고 줄지도 않는 '현상유지형'이다. 연초에 벌어졌던 증세논란이 보여주듯 정부가 증세의 유혹은 느끼고 있지만 여론에 크게 혼이 난 바 있고, 하반기 경기하강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세금 징수 실적도 예년보다 높아 무리를 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개편안의 초점이 경기회복이라는 정부 설명처럼 연구개발 등 기업 투자활동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이 연장되고 기초 원자재에 대한 기본 관세율도 인하됐다.
경제활동 지원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조세 감면을 최소화한다는 정책 방향과는 상치되는 조치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자영업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 파악에 필요한 장치를 대거 포함한 점은 평가할 만 하다.
개편안의 최대 논란거리는 1~2인 가정에 대한 소수공제를 폐지하고 다자녀 추가공제를 신설한 부분이다. 세계 최저인 출산율을 끌어 올리려면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세제혜택을 더 주어야 한다는 정부 논리는 타당하다.
그러나 1~2인 가구에 대한 기존 공제를 폐지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안 낳은 가구에 대한 '불이익 또는 징벌'보다는 다자녀 가정에 지원을 늘리는 방식의 출산장려 제도가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형식 상 소수가구에 대한 공제가 출산장려에 맞지 않는다면 이를 폐기하는 대신 다른 혜택을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가뜩이나 근로소득자들은 소득이 모두 노출되는 '유리지갑'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하다는 측면에서도 그런 배려가 필요하다.
1년에 50만~100만원 정도의 소득공제를 통한 출산장려 정책은 그야말로 상징적 의미일 뿐 실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의 모든 분야에서 출산장려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소수가구의 반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를 낳아 큰 걱정 없이 기르고, 직장생활도 병행할 수 있는 출산장려형 사회기반을 갖추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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