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한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방치,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존속유기치사)로 박모(47)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기업 사장인 박씨는 영하 10도를 맴돌던 지난해 12월30일께 자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빌라에 찾아온 노부모를 골방에 들인 뒤 냄새가 난다며 창문을 열고 보일러와 전화 코드를 뽑은 채 일주일 동안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떠나 아버지(81)를 숨지게 한 혐의다.
박씨의 부모는 엿새 뒤 보일러를 살피러 온 경비원 등에 의해 실신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버지는 동상과 패혈증, 영양실조 등으로 올해 3월 사망했고 어머니(78)는 4일 퇴원했다.
막노동을 하며 노부모를 모셔온 박씨의 둘째 형은 지난해 말 실직한 뒤 박씨를 찾아가 “일자리를 잡을 동안만 부모님을 맡아달라”고 했으나 박씨는 “밥 얻어먹으러 왔느냐”고 문전 박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누나(53)의 뒤늦은 신고로 경찰에 구속된 박씨는 “부모와 부딪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집을 떠났고 고의로 코드를 뽑지는 않았다”며 관련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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