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
퇴임을 앞둔 법원장이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 사태와 관련해 후배 법관들에게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글을 남겼다.
이우근(58ㆍ사법시험 14회) 서울중앙지법원장은 18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부패의 향기’라는 글에서 “치열한 자성을 통해 새로운 인격으로 태어나는 출산의 고통 없이 올곧은 자정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 법원장은 “돈 명예 권력 쾌락 등 달콤한 부패의 유혹은 이성을 제압하고 도덕성을 무력화한다”고 운을 뗀 뒤 “지속적이고 습성화한 부패는 타락의 사슬로 영혼을 옭아매기 때문에 자기정화는 그토록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와 비리를 다스리는 법조인이 스스로 비리를 저지르거나 부패에 젖어 드는 일은 여간 심각한 부조리가 아니다”며 “법조인은 시대의 아픔과 이웃의 괴로움을 온몸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의 소명의식, 투철한 자유의지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인격자가 되라. 그리고 타인을 인격자로서 존중하라”는 독일 철학자 헤겔의 말을 빌어 “사랑의 인격을 지닌 법조인이라면 남의 비리를 벌하면서 자신의 부패에 눈 감을 리 없다”고도 했다.
이 법원장은 ‘우리를 찢으셨으나 도로 싸매주시고 상처를 주셨으나 다시 아물게 하실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후 “부패의 향기가 아무리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으로 온몸을 휘감아온다 해도 그 유혹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열정, 자기정화를 향한 자유의지가 살아있는 법의 사도들은 언젠가 이런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 법원장은 16일 법조계 후배들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되자 용퇴를 결정했다. 이 법원장의 퇴임식은 23일 열린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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