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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니? 국어능력시험 '깜짝열기'

입력
2006.08.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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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사는 L(중3)군은 최근 한 방송사가 실시한 한국어능력시험 성적표를 받고 안도했다. 문법과 이해 영역이 약해 지난 시험에서 500점 대의 성적을 받았던 L군은 이번에 600점 후반 대로 점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학원 수강 등 사교육 효과가 적지 않았다. 강원 횡성 민족사관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L군은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이 고입 전형 요소여서 신경이 쓰인다”며 “기출문제집을 풀고 논술학원을 다니면서 특강을 듣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학생들 사이에 국어능력시험 지원 열풍이 불고 있다. 1년 사이에 시험 응시인원이 수십 배 늘었다. 중3생들이 지원하게될 2007학년도 입시부터 일부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가 전형에 국어인증시험 성적표 제출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매년 4~5차례 국어능력인증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언어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험에서 스무 명 남짓했던 중3 응시자수가 올해 3월 1,200여명, 5월에는 1,300여명 수준으로 60배 이상 증가했다. KBS 한국어능력시험 역시 5월 시험에서는 초ㆍ중고생 응시자 모두 합쳐 300명 안팎이었지만 민사고 등의 원서접수일이 다가오면서 8월 시험에는 중학생만 458명이 치렀다.

민사고는 2007학년도 일반계열과 국제계열 전형에 언어문화연구원의 국어능력인증시험과 KBS 한국어능력시험 중 1개 시험 성적 제출을 의무화했다. 경기 안양외고 역시 학교장 추천 특별전형 지원에 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을 명시했고, 전북 상산고는 올해 국어능력우수자전형을 신설하면서 지원자격으로 국어능력시험 550점 또는 KBS한국어시험 4급 이상을 내걸었다.

사교육 시장이 기회를 놓칠리 없다. 서울 양천구 목동 J국어논술학원 관계자는 “강사들이 직접 시험을 치르면서 자체 교재를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중계동이나 대치동 학원가의 ‘민사고 대비반’ 등에서도 국어능력시험 대비 특강이 단골메뉴다.

국어능력시험 관련 서적도 덩달아 인기다. 기출문제집을 출판하고 있는 N출판사 관계자는 “올해 3월 처음 문제집을 낸 이후 1만2,000부를 찍었을 정도로 수험생들의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국어능력시험 지원자 급증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일단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입시를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부정적 견해가 그것이다. 이 시험 적정 응시 대상이 고교 국어 과정 이수 수준의 능력을 가진 수험생들이지만 중학생은 물론 지난해 제로에 가깝던 초등학생 응시자가 올해 각각 20명(KBS한국어시험), 40명(국어능력시험) 선으로 늘어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징후라는 지적이다. 서울 A고 김모교사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목표로 한다면 초등학교때부터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벌써 형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국어능력시험이 어린 학생들이 바른 언어 생활에 관심을 갖는 데 동기부여가 된다는 논리에서다. 박현우 KBS 아나운서는 “시험 자체를 위한 것이라면 문제지만, 한국인으로서 국어에 관한 정확한 이해와 소양을 쌓게 할 수 있어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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