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인감증명을 사용해 부정대출을 받은 경우 금융기관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6부(부장 윤재윤)는 20일 H상호저축은행이 타인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준 동사무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명서 발급 과정에서 공무원의 본인확인 의무 과실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이 부정발급과 대출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모씨는 2004년 6월 서울 한 동사무소에서 김모씨 명의로 인감증명서를 떼고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뒤 H저축은행에서 3억원의 대출을 받아 달아났다. H저축은행은 “담당 공무원이 본인확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판례대로 해당 구청의 책임을 30%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2003년 3월 신 인감증명법 시행으로 더 이상 인감증명서 부정발급과 이를 믿고 거래해 발생한 손해 사이의 법률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인감증명법은 위임장이나 신분증만으로 증명서 발급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H저축은행은 인감증명만 믿고 다른 서류검사나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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