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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격 자동채점장비 설치 신청 '긴장의 직도'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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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격 자동채점장비 설치 신청 '긴장의 직도' 르포

입력
2006.08.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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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직도사격장에 주한 미공군 훈련을 위한 자동채점장비(WISS)를 설치하기 위해 전북 군산시에 ‘산지전용허가’를 신청한 이틀 뒤인 18일 오전 10시 40분께 군산시 외항 제1부두에서 군산시 어업지도선인 전북 209호(65톤)를 타고 뱃길로 63㎞ 정도 떨어진 직도로 출항했다. 국방부는 16일 “직도사격장에 WISS를 설치할 수 있도록 군산시에 공식 협조공문을 발송했다”며 “8월말까지 긍정적 회신이 없을 경우 직도의 소유권을 산림청으로 전환해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WISS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정부가 이처럼 전격적으로 주한 미공군 사격장 확보에 박차를 가하자 문동신 군산시장은 이날 허가 여부를 결론 짓기 위해 관계자 20여명과 함께 직도 방문에 나섰다. 김광남 공군 38전대장이 현재 사격훈련 과정을 설명하고 WISS 설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동승했으며 기자로는 단독으로 따라 나섰다.

황량한 섬 직도

군산외항을 출발한 어업지도선은 낮 12시께 직도 후방 16㎞ 무인도인 십이동파도 부근에서 15분 동안 멈췄다가 떠났다. 미군 전투기들이 낮 12시 30분까지 사격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직도 전방 3㎞ 지점에 도착하자 해경 경비정 두 척이 어선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경계근무를 펼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낮 12시 50분께 드디어 외딴섬, 직도에 도착했다. 대직도와 300㎙ 정도 떨어진 소직도 두 섬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파도가 거세지면서 뭍 사람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태세였다. 배가 크게 요동치자 몇 사람은 멀미까지 했다.

아쉽게도 불발탄이 많아 상륙은 못하고 600㎙ 밖에서 섬 주위를 맴돌며 40분 동안 샅샅이 둘러 보았다. 직도는 갈매기 섬이라 불릴 만큼 갈매기가 많았지만 폭격으로 인해 단 두 마리만 외롭게 하늘을 날고 있어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군산시 옥도면 말도리 산 145번지인 직도는 황량했다. 3만1,376평의 대직도에는 포탄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고 똑바로 꽂혀 있는 포탄들도 목격됐다. 예전에 있었다는 바위산은 폭격으로 사라졌고 대신 바닷가에 부서진 잔해들만 쌓여 있었다.

WISS 설치되면 더 황폐해져

고급 어종인 농어와 광어, 우럭 등이 풍부해 황금어장을 형성한 직도는 인근 섬 어민에게는 언제든지 먹거리를 꺼낼 수 있는 곳간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971년부터 한미 공군이 해상 폭격훈련장으로 직도를 사용하면서 이곳 사람들은 30년 넘게 곡식창고를 빼앗긴 셈이다.

직도에서 가장 가까운 유인도인 말도에 사는 어민 윤재성(41)씨는 “직도에 WISS 등을 설치하면 지금보다 많은 폭격으로 피해가 훨씬 커질 것”이라며 “더 이상 우리의 황금어장이 황폐화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반발했다.

김광남 전대장은 “정부 차원의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군산지역의 여론을 최대한 상부에 보고하겠다”며 “WISS가 설치되면 연습탄을 쓰게 돼 오히려 소음이 줄고 어민들의 어로 구역도 반경 9㎞ 가량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동승했던 이건선 군산시 의원은 “미군의 사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더 조용하고 어로구역이 늘어날 리 있느냐”며 “매향리 폐쇄 이후 1년 넘게 직도가 거론됐지만 국방부나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어민들을 찾아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직도 사격장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반대 단체들이 호시탐탐 직도상륙을 시도, 해경과 공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21일 군산발전비상대책위 이만수 대표 등 10여명은 직도 사격장 확대 반대 의지를 알리기 위해 직도 상륙을 감행할 계획이다. 무인도인 직도에는 여객선이 닿지 않아 이들은 소형 낚시배를 이용해 출항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군과 해경은 불발탄이 남아 있고 사격훈련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접근을 저지할 방침이다. 17일에는 우리땅 찾기 모임 회원 등 7명이 현지 상륙을 위해 직도로 향하던 도중 해경의 저지로 무산됐다. 직도 현지를 살펴본 문동신 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동채점장비 설치를 위한 국방부의 산지전용 허가 승인 여부에 대한 시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직도=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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