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노지원씨 의혹을 해명하면서 “언론이 뒷북을 치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청와대가 이 문제를 오래 전부터 주시ㆍ관리했음을 말해주는 두 가지 사례를 공개하면서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지원씨의 우전시스텍 입사 당시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을 뿐, 그가 입사 후 무슨 일을 했는지 ‘바다이야기’ 게임기 제조업체인 지코프라임에 인수될 때까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의혹의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첫째는 2004년 3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에서 지원씨에 관한 내용을 이미 설명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조카가 KT에 다니다가 나와서 무슨 회사에 사장으로 영입 된다고 들었고, 주식도 좀 받는다고 들었다”며 “‘네 깜냥이면 기껏 잘해야 이사 정도 할 수 있을까 하니 이사 이상은 절대 하지 말아라’고 불러서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사장을) 하면 세무조사 하고 그냥 안 둘 테니까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며 “그랬더니 기술이사로 들어갔고, 지금은 중국 영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씨가 우전시스텍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가리킨 것이다.
또 이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건평씨를 찾아가 로비를 시도했던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겨냥, “큰 성공을 거둔 분들이 시골에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돈을 주는 그런 일이 이제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고, 회견 직후 남 전 사장이 한강에 투신자살 했다.
청와대가 두 번째 근거로 제시한 것은 청와대 1부속실에서 근무하면서 노 대통령을 최근접 수행했던 이진 전 행정관이 지난해 12월 출간한 책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이다.
이 책의 ‘친인척 관리’에 언급된 대통령 조카가 지원씨라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조카가 어떤 기업으로부터 CEO 자리와 함께 거액의 주식 옵션을 제안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하던지 둘 다 받고 검찰조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이에 조카는 “대통령의 조카라는 사실과 무관하게 내 개인 능력으로 된 일이므로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펄쩍 뛰었다. 민정수석실은 설득이 여의치 않자 노 대통령에게 보고 했고, 노 대통령은 조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니, 당장 그만둬라”고 호통을 쳤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조카를 영입한 회사 사장을 만나 제안을 철회토록 하고, 안 된다 하면 앞으로 특혜 관련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하라”며 “그래도 안 되면 사전 보도자료를 내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밝히라”고 민정수석실에 지시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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