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두산이 국내 최초의 알칼리 소주 ‘처음처럼’을 내놓으며 시작된 소주전쟁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처음처럼’의 돌풍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진로는 이번 주부터 더 낮은 도수의 소주를 내놓으며 ‘타도! 처음처럼’ 실행에 나설 예정이다.
20일 진로 관계자는 “두산 ‘처음처럼’의 선전을 그대로 둘 경우 진로소주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서둘러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제품 알콜도수는 ‘처음처럼’보다 낮은 19.5~19.8도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처음 20도 이하 소주가 될 이 제품은 24일 첫 선을 보인다.
진로의 저(低)도수 출시배경에는 ‘처음처럼’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기 때문. 두산의 ‘처음처럼’(20도)과 진로의 ‘참이슬’(20.1도)은 도수차이가 0.1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들은 ‘처음처럼’이 ‘참이슬’보다 부드럽고 순한 소주로 인식하고 있어 결국 진로로선 더 낮은 도수를 내놓게 된 것이다.
실제로 2월 초 ‘처음처럼’ 출시 전 55.3%였던 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50.3%까지 떨어져 50%사수조차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진로의 텃밭인 수도권에서도 올 2월 89.3%에 달했던 점유율이 6월 83.1%로 하락했고, 특히 서울에선 ‘처음처럼’ 점유율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영원한 1위의 진로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진로와 두산의 소주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저도수 시장 전체 판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소주=부드러운 술’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됨에 따라, 그 동안 틈새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누려왔던 10도대 중반의 백세주 청주 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진로와 두산이 마케팅 비용을 대량 투입할 경우, 결국 저도주 시장 자체가 소주쪽으로 상당 부분 넘어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백세주의 인기몰이로 승승장구하던 국순당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도, 결국 소주의 저도수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주량 자체가 늘지 않는 한 소주업계가 시장을 키우는 방법은 도수를 낮춰 판매량을 늘리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다른 저도주 업체로선 소주와는 차별화하는 새 제품으로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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