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든 국정감사든 국정조사든 출석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오해받기 싫다.”
유진룡(50) 전 문화관광부 차관과 부인 현모(50)씨가 청와대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의 유 전 차관 경질 사유에 대한 입장 발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12일 서울 구의동 자택을 떠나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지방에서 잠행을 계속하고 있는 유 전 차관 부부는 18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심지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돈다고 해 정말 괴롭다”며 “정치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씨는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도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스럽다”며 “너무 힘들고 속상해 어디든 하소연하고 위로받고 싶을 뿐”이라고 울먹였다. 다음은 유 전 차관, 현씨와 각각 가진 통화 내용.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국회 청문회에 나갈 생각인가.
유 전 차관(이하 유) “나가지 않는다. 내가 나서서 기자회견을 할 생각도 전혀 없다.”
부인 현씨(이하 현) “이건 시시비비를 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문제다. 청문회에 나간다고 진실이 밝혀질까? 이미 우리 손을 떠난 문제다. 내가 우스개 소리로 ‘민간인도 청문회에 나가야 하냐’고 묻자 주변에서 벌금은 내야 한다고 하더라. 남편이 ‘벌금 내지 뭐’라고 대답해 웃었다.”
-문화부 직원들에게 보낸 퇴임사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조용히 가겠다’고 했는데 뒤늦게 폭로한 이유는.
유 “청와대측은 내가 경질에 대한 반감으로 언론에 폭로했다고 하는데 참 우스운 말이다. 난 결코 먼저 언론에 말한 적이 없다. 나에 대한 첫 기사도 기자들이 문화부 직원들의 말을 듣고 쓴 것이다.”
현 “우린 처음부터 이 문제를 이슈화할 생각이 없었다. 처음엔 너무 화가 나서 싸워볼까도 했지만 조용히 마무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이고, 우린 거기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능력이 없다고?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차관을 6개월 하면 어떻고 1년 하면 어떤가. 우리는 한 번도 기자들과 인터뷰한 적이 없다. 폭로가 아니다.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확인을 요청하는 사안(인사청탁 여부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준 것뿐이다.”
-청와대의 보복 감찰에 대한 증거라는 이메일은 공개할 건가.
현 “안 한다. 우린 이메일을 공개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관하고 있는 이메일 조사서 사본이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공개하겠다고 한 걸로 기사가 났다.”
-‘배째 드리죠’발언의 진위는.
유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내게 직접 한 게 아니라 전해들었다. 청와대 행정관이 ‘배를 째드리겠다고 전하라’는 양 비서관의 말을 문화부 직원에게 전했고, 그 직원이 내게 전달해왔다.”
-이백만 홍보수석은 아리랑TV 부사장만 인사협의를 했고, 영상자료원장은 말도 꺼낸 적이 없다는데.
현 (웃으며) “자료를 보면 다 나온다. 청와대 조사 받은 자료가 다 있다.”
-김명곤 장관은 아리랑TV와 한국영상자료원 인사는 본인 책임 하에 결정했으며, 인사 문제가 유 전 차관 경질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데.
현 “우린 신문도 인터넷도 보지 않는다. 귀도 눈도 다 막고 조용히 있으려는데, 주변 분들이 걱정이 되니까 자꾸 전화를 해서 알려준다. 문화부 장관 얘기도 그렇게 들었다. 기가 막혔다. 문화부 관계자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와 ‘죄송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얘기하더라. 좋아했던 사람, 믿었던 사람들이다.
그 배신감 때문에 남편은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 너무 흥분해서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낼 뻔했다. 문화부 사람들도 현직에 있으니 이것 저것 생각해야 할 게 많을 것이다. 다 이해한다. 하지만 남편은 순진해서 아는 사람은 알아줄 거라고, 내 편이 돼줄 거라고 생각한다. (울음을 터뜨리며) 그 사람이 좋아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 당해 상처 받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바다이야기’ 허가를 반대한 게 경질 이유 중 하나인가.
유 “언론에 ‘바다이야기’가 보도된 걸 몰랐다. 청와대에서 오락실 업무 부분도 조사했다고 말한 데서 비화한 것 같다. 난 ‘바다이야기’가 정치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전혀 모른다. 사행성 강한 도박이라는 점에서 소신에 따라 반대했을 뿐이다.”
-지금 어디 있나.
현 “지방이다. 밤 9시에 허름한 냉면집에 갔는데 주인이 알아보더라. 깜짝 놀랐다. 택시를 타도 알아본다. 우리가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얼굴이 알려져서 괴롭고 힘들다. 아이들까지 노출돼 두렵다.”
-당당히 밝히지 왜 숨나.
현 “카메라 기자들이 마구 찍어대고, 그걸로 인터뷰한 것처럼 기사가 나오니까 피해있자 한 것뿐이다. 이건 밝히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 사람들(청와대 인사)이 인정할 사람들도 아니고…. 진실은 있지만 증거가 없다.”
-언제 귀가하나.
유 “중학생인 막내가 다음주 개학을 하기 때문에 아내와 아이만 서울로 가고 나는 계속 지방에 머물거나 외국에 나갈 생각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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