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낙마를 계기로 학계의 논문 표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학술단체협의회와 교수노조가 18일 오후 ‘학문정책과 학문윤리’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가 최근 밝힌 ‘연구윤리법’ 제정 방침에 대해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 교수는 ‘연구윤리와 표절’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논문 표절행위가 ‘학계의 관행’이라고 옹위되는 학문윤리의식의 박약함을 비판하면서 “이는 권력성과 전문성을 방패 삼아 노골적이든 암묵적이든 내부와 외부에서 각각 이를 은폐하는 공범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비윤리적 행위를 옹호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일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진행되는 것이 옳으며…교육부가 연구자들을 평가하고 ‘관리’하거나 표절에 대한 처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고 평면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논문 표절과 이중 게재, 실적 무임승차 등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윤리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하는 연구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연구윤리법’ 제정 방침을 대통령에게 현안 보고했다.
오 교수는 “표절 문제가 학계의 병폐인 것은 사실이지만, 법률로써 연구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 법치”라며 “법은 윤리의 최소한이며, 학문윤리는 학계 자율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법 등 현행 법상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인복제 표절’, 곧 “타인의 논문이나 저서를 무단 전재함으로써 논문이나 저서 전체를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창작물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외국 문헌을 번역하거나 약간을 덧붙여 ‘편저’라 발표하는 행위” 등이다. 자신의 논문이나 저서를 이중 삼중으로 발표하는 ‘자기중복 표절’이나 출처를 은폐하는 표절 행위 등 학술상 명백한 표절도 법의 규율 대상으로 삼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오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렇지만) 법적인 책임은 면하더라도 학자로서의 자질 문제와 학문윤리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며 “각 대학과 학회가 자율적으로 공정하고 엄격한 논문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어긴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학문윤리규정을 먼저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술진흥재단 등의 학문 성과에 대한 양적인 평가 정책, 학회 등의 논문 정실심사와 심사위원의 능력부족, 심사기준의 편차문제 등에 대해서도 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학계 스스로가 그간 방관했던 표절행위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진상을 규명ㆍ평가ㆍ반성하고, 이를 청산하는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서 오창은 중앙대 국문과 강사는 ‘제도적 합리성에 감춰진 학문의 수렁’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학술진흥재단의 학문지원체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응용ㆍ실용학문과 전임강사 이상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 지위를 지닌 연구자 지원에 치우쳐 ‘학문후속세대’ 및 인문사회분야는 수혜의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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