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 브란데스 지음ㆍ김미숙 옮김 / 시지락 발행ㆍ1만2,000원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인터넷 방송 등 미디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 생각할 지 모른다.
미디어가 조명하는 디자인이란 일상적인 것과 거리가 먼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디어는 ‘디자인’이 시각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 주입시키는 반면, 사람들은 ‘디자인’이 역사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 투영돼 있는 것이라는 진실은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해 모순된 생각을 갖게 한다. 즉, 디자인을 자신이나 남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하는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거나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한 것, ‘겉 멋만 있고 가치는 없는’ 장식으로 치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 박사이자 디자인과 교수인 저자는 외양에 집착하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디자인을 예술과 결부 혹은 분리시키려는 시도들을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통해 뒤집으려 한다.
그는 일상의 소재를 이용, 디자인의 실체와 역할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려 한다. 예를 들면, 중세에 포크가 발명된 후 발생한 문제들을 묘사한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언급을 빌린다. 당시 사람들은 포크로 음식을 찍어 입에 넣을 때 자칫 얼굴을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식사 문화가 발달하고 사람들이 포크의 기능을 인식한 이후 포크는 우리 식생활의 중심에 자리잡은 ‘기술’로서의 디자인이라고 말한다는 식이다.
책은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는 주장을 이론적으로 조목조목 분석하지는 않는다. 대신 자신이 체험한 도시나 문명뿐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물건인 단추, 쓰레기통, 향수병 등에서 디자인과 사회, 시대, 기술, 사람, 미래 등과의 관계를 읽어낸다. 그는 디자인이 겉 모습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응용예술의 굴레를 벗어나 사회와 시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이 안고 있는 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인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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