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댄스교실서 구슬땀…내달 문화축제 공연도
"원, 투, 쓰리, 포…셔플(비트는 춤동작)! 셔플!"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린제이 로한의 힙합곡이 쿵쾅거리는 가운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춤을 추고 있다. 손가락 하나 펴기 쉽지 않은 장애인들은 사력을 다해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하느라 이마에 비오듯 땀이 흐른다.
"전 원래 춤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TV를 보다가도 춤추는 가수가 나오면 채널을 돌렸죠."
뇌병변(뇌성마비) 1급인 김정흠(45ㆍ여)씨는 댄스교실에 참여하고 나서야 자신의 숨어 있는 '끼'를 발견했다. 그는 "비록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는 않지만 리듬에 몸을 싣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며 "이제 춤이 생활의 가장 큰 활력소"라고 말했다.
명함을 건네자 손 대신 발로 받을 정도로 상체가 불편한 한석준(25ㆍ뇌병변 1급)씨도 있는 힘을 다해 팔이 물결 치듯 움직이는 '웨이브' 동작을 따라 했다. 한씨는 "몸은 불편해도 마음만은 비보이(B_boy)"라며 "억지로 하는 운동보다 즐겁고 재미있어 댄스교실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센터 박성준 간사는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 등 몸놀림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춤에 대한 열망이 더 크다"며 "흐느적거리는 동작이나마 하고 있을 때의 기쁨을 비장애인들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댄스교실은 강지은(25ㆍ인천 논곡초등학교 무용교사)씨의 도움으로 지난달 말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장애인들은 현재 힙합댄스를 배우고 있으나 앞으로는 재즈댄스 디스코 등도 익히게 된다. 휠체어를 탄 비보이들은 다음달 22~24일 경기 안성시에서 열리는 장애인 문화축제 무대에서 그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