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에도 동대문일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도심의 교통체증 여파는 동호대교를 건너 강남에까지 미쳤다. 기습시위 때문이었다. 전날엔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서울시청과 광화문일대 도로를 점거, 노선버스들까지 이면도로로 우회하는 등 퇴근시간 내내 아수라장같은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지난달 한미FTA 반대시위 때도 수만 시민이 비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밤 늦도록 귀가전쟁을 치러야 했다. 포항에선 장기화하는 도심 시위로 주민과 상인들이 심각한 생활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비난여론으로 시위양상은 많이 나아지는 추세지만,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시위로 일반시민이 애꿎게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여전하다.
평일 혼잡한 대도시 도심간선도로에서의 시위는 순간에 도시기능을 마비시키고 일반인들의 생활리듬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바로 이런 이유를 들어 경찰의 평일 대규모 도심시위 불허조치가 정당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안녕질서라는 양 측면을 적절히 조화하도록 돼 있다. 이 법 취지로 보아도 평일 도심시위는 보호돼야 할 집회·시위권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집시법에는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것도 심각한 교통불편이 예상될 경우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은 시위권 만큼이나 일반시민의 권리 침해에도 주목, 평일 도심시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바란다. 이런 시위를 방치하면 FTA반대시위 때처럼 경찰이 여론조성을 위해 짐짓 교통난을 유도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시위 주최측은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시위 목적이 호의적 관심을 끌어내는 데 있다면 번번이 시민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이런 식의 관심 강요는 도리어 역효과를 낸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평일 도심시위는 생활권 보호차원에서 자제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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