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와주세요."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해 온 한 독거노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동안 모은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지난 달 28일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영순 할머니. 할머니의 눈물겨운 사연은 지난 16일 50대의 아들이 용산구 한강로2동 동사무소를 방문해 봉투를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봉투 안에는 유서(사진)와 함께 현금 100만원, 수십장의 우표가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유서에서 "돈은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고, 우표는 사회담당 직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할머니는 2001년부터 한 달에 4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하지만 이 돈은 월세금 15만원에다 생활비를 쓰기에도 빠듯했다. 게다가 2002년에는 당뇨합병증으로 시력까지 잃어 병원비까지 늘어났지만 꼭 필요한 돈 외에는 모두 모아두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할머니가 세상을 뜨기 직전 6개월여간 아들의 간호를 받은 것이다. 아들 역시 어려운 살림으로 지방을 떠돌아 다니느라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상태였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동사무소 직원이 아들에게 돈을 돌려주려 했으나 아들은 "어머니의 뜻이니 그냥 받아달라"며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에 고인의 집에 들르곤 했던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는 "1963년에 만들어진 우표가 있는 것으로 봐서 돈과 우표는 할머니가 평생을 모으신 것 같다"며 "평소에도 만날 때마다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동사무소는 할머니가 남긴 성금을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할 예정이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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