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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법권력 독점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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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법권력 독점 해소해야 한다

입력
2006.08.1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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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비리로 인한 충격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급기야 지난 16일에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 긴급회의의 훈시를 통해 직접 머리를 조아리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회의 후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법조비리 근절대책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법조비리 근절대책은 어디서 이미 많이 보고 들은 것들의 재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 재탕되는 법조 비리 대책

비리 혐의 법관이 사직원을 제출하더라도 조사 완료 후 징계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사직처리를 보류한다거나 대법원 홈페이지에 `법조비리 신고센터'를 신설해 접수되는 비위사건을 즉각 조사하겠다는 등의 개선책에는 일부 진일보한 면이 엿보인다.

그러나 법관윤리 강령 강화, 고등법원별 법관윤리위원회 신설 및 징계권 부여와 같이 법관 개개인의 윤리의식에 매달리는 추상적이고 비제도적인 개선책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크다. 이런 류의 개선책은 과거 법조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미 여러 번 제시되었던 것들과 유사하다.

그 후에도 법조비리는 '근절'되지 못하고 반복됐다는 지난 역사가 이런 류의 개선책은 미봉책에 그칠 뿐임을 분명히 알려준다. 결국 한국형 법조비리는 법관 개개인의 윤리의식에 호소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의해 파생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제도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내야 한다.

우선 우리 법조비리의 구조적 원인은 소수의 판검사들이 재량권이 큰 사법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 전체 법조인들은 모두 사법시험 합격 기수와 연수원 기수를 매개로 강한 동류의식으로 무장된 동류집단이 되어있다는 점, 판검사들도 어차피 언젠가는 법복을 벗고 변호사석에 서야 한다는 강한 동업자의식이 법조사회에 팽배해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의 사법권력 행사를 쉼 없이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들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법조비리 원인을 제거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면의 전향적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선, 법관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확보를 위해 대법원장이 언급한 공판중심주의나 구술변론주의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법관의 수를 증원해 법관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법관이 많아져야 법관끼리의 상호 감시와 견제도 가능하다.

지금처럼 주심법관이 아닌 배석판사가 사건기록조차 살필 시간이 없는 상황하에서는 제대로 된 합의재판도 이루어질 수 없고 사법권 내부의 감시와 견제도 존재할 수 없다.

둘째, 양형에 주어지는 판사들의 재량을 줄이기 위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양형 기준을 법률로 정해야 하고, 재정신청 대상 확대 등 검사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법조인들의 동업자의식을 뿌리뽑기 위해 일본처럼 '평생법관, 평생검사'가 구현될 수 있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법원의 경우, 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발탁인사가 이루어져 탈락자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분위기에 밀려 법복을 벗어야 하는 현 관행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고등법원 부장판사제 폐지를 비롯해 법관들을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동료관계에 있게 할 수 있는 대대적인 법관인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전향적인 제도개선 필요

넷째, 법조인들의 깊은 동류의식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법조인양성제도를 개혁해 로스쿨을 만들고, 모든 예비법조인을 한 군데에 몰아넣고 교육시키는 사법연수원제도는 하루 빨리 손질해야 한다.

법조인들의 출신학교가 다양해지고 변호사의 수도 많아지면서 사법연수원이라는 그들만의 연대의 끈도 사라진다면 법조인들 간의 동류의식이 많이 줄어들고 오직 실력만으로 경쟁하려는 경쟁의식이 동류의식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개혁을 위한 노력과 실천에 법조계가 바로 서느냐 국민적 신뢰를 잃고 좌초하고 마느냐가 달렸다고 믿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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